'책의 발견'에 해당되는 글 184건

  1. 2011/07/20 속삭이는 자
  2. 2011/07/13 물의 잠 재의 꿈 -기리노 나쓰오
  3. 2011/03/28 백년동안의 고독 G.마르케스
  4. 2011/01/30 한겨레문학상 수상작품집 - 끝까지 이럴래?
  5. 2011/01/04 설계자들 - 김언수
  6. 2010/10/30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 크리스토퍼 무어
  7. 2010/09/13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8. 2010/06/04 일년 동안의 과부 상.하 / 존 어빙
  9. 2010/03/13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 더글러스 애덤스
  10. 2010/01/19 최근 읽은 책 & 읽고 있는 책
  11. 2010/01/09 크로스파이어1,2 - 미야베 미유키
  12. 2010/01/05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 이시모치 아사미
  13. 2009/12/23 네번째 빙하기 - 오기와라 히로시
  14. 2009/10/28 앨리스의 생활방식 - 장은진
  15. 2009/10/21 내가 죽인 소녀-하라 료
  16. 2009/09/15 1Q84_1/2 무라카미 하루키
  17. 2009/08/22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 요코미조 세이시
  18. 2009/08/08 미스터 후회남 - 둥시
  19. 2009/07/31 신 1-6 / 베르나르 베르베르
  20. 2009/06/29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21. 2009/05/15 테레즈 라켕 - 에밀 졸라
  22. 2009/01/07 혼자살기 1 - 박지영
  23. 2009/01/04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기욤 뤼소
  24. 2008/12/24 여자는 두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25. 2008/12/23 황금물고기 - 르 클레지오
  26. 2008/12/17 책 읽어주는 여자 - 레몽 장
  27. 2008/12/12 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1)
  28. 2008/11/27 홀로 사는 즐거움 - 법정
  29. 2008/11/25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1)
  30. 2008/11/18 [Book] 영혼의 식사 - 위화
2011/07/20 13:16
언제부터인가 낮밤이 바뀌었다.
고쳐보겠다고, 잠든 것이 12시.
번쩍. 눈이 떠진 시간이 새벽 2시.
뭐냐. 이 생체리듬은.

하는 수 없이 펼쳐 든 책이 속삭이는 자1,2(도나토 카리시)



일본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사람이다.(1권을 다 읽어갈 때까지, 일본인이 서양사람처럼 글을 쓰네..생각했다.)
범죄학자 출신답게 연쇄살인범을 쫒는 과정에 있어 무척 전문적인 지식이 곳곳에 드러난다.
범인 한 사람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 여러 인물들을 꼬드겨 대리범죄를 연결시켜 나가는 방식은
미드 멘탈리스트의 레드존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범죄패턴과 함께 범인을 찾기 위한 과학적 유추방법들은 스토리를 넘어선 재미를 쥐어준다. 막판 반전은 보너스.

결국, 1,2권을 다 읽느라 아침을 맞이했고,
남들 점심먹을 시간에 눈꺼풀이 감기는 중.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1/07/13 17:28


소카 지로라 불리우는 릴레이 폭파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쿄.
특종기자인 무라젠이 탄 지하철에서 우연히 폭발사건이 발생한다.
매춘과 마약, 조폭, 그리고 이들을 매개로 한 살인사건들이 더해져 종반을 향해 달려간다.
이전 작품들이 극단으로 치닫는 권선징악 분위기였다면,
이 작품은 적당히 힘을 뺀 편안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긴장감은 약간 떨어진다.
별 5개 중 별 2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1/03/28 14:13


보통 스페인 문학하면, '돈키호테'를 떠올리기 쉽지만, 가끔씩 접하는 남미 문학은 영미권이나 아시아권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백년동안의 고독'은 불안하고 허상을 쫒는 열정, 절대 신을 믿으면서도 되풀이되는 윤회사상에 대한 조용한 순응, 끊임없는 고찰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욕망 등 100여년에 걸쳐 이어져 오던 부엔디아 일족의 흥망성쇠와 그들과 함께한 스페인 역사가 어우러진 대작이다.
마콘도 마을의 시작에서부터 바람에 휩쓸려 사라지는 그 날까지 부엔디아 사람들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선조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까지 답습한 뒤 스러져간다. 아우렐리아노가 만들던 황금물고기처럼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 없는 보석같은 작품이다.  

별점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1/01/30 15:18

핑크바인드림 - 김연
시카고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딸과 함게 미국으로 가게된 작가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그 아이 - 한창훈
어른들이 정해놓은 획일화된 예술적 기준 아래 상처받은 피아노 신동이 스러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졸업 - 김곰치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보경과 순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만남과 이별을 중첩시킨다.

피의자 신문조서 - 박정애
남편을 죽인 피의자의 조서를 꾸미다가 평소 죽이고 싶던 개진상 선배에게 칼부림하게 되다.
독자로 하여금 분노게이지를 올릴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감대 형성 성공.

가을 볕 - 심윤경
아들만 예뻐라 했던 엄마는 치매로 병원에 있고, 어렸을 적 한약 남용으로 140킬로에 육박하는 히키고모리가 된 아들, 이민가는 애정결핍 냉정모드 딸, 딸 예뻐하는 아버지로 구성된 가족이야기.
각자의 시선에서 엮인 에피소드 속에는 저마다 화를 내는 이유가 있고, 그 지경으로 남게 된 원인이 있다.
심윤경의 글은 읽고나면 항상 마음이 안좋다. 너무 정곡을 찌르기 때문인가.

끝까지 이럴래 - 박민규
지구 마지막 날, 2명의 남자는 층간소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오해임을 알게된 그들은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
근친상간 스토리는 정말..싫다.

그녀의 콧수염 - 권 리
48세 여교수와 18세 남자의 애정행각.
싫다.

여덟 살 - 조두진
시골동네 사기꾼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과자 하나 훔친 이야기.

고래의 죽음을 함부로 논하지 말라 - 조영아
대학동창의 자살로 인해 장례식장. 가는 길 만난 여자도 자살한다는 이야기.

홈, 플러스 - 서진
실종된 이를 찾아주는 K. 의뢰자의 피를 마시면 본능적으로 실종자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찾고자 하는 마음이 클 수록 역류하는 피의 열기는 가열된다. 어렸을 적 학대했던 아버지를 10년만에 만나 피를 뽑아 마셨을 때
그를 찾아 헤맸던 아버지의 열망이 역류하여 모두 토해내고 만다.
독특한 뱀파이어 소재.

1/4 - 윤고은
이혼한 부모, 두 딸의 어정쩡한 가족관계.

come back home - 주원규
3년전 사고로 실종되어 장례까지 치른 아버지가 돌아왔다. 14억5천만원의 보험금은 이래저래 사라졌는데, 아버지의 회사직원이었던 새아빠도 생겼는데, 버젓이 살아 돌아온 아버지는 3년전에 그랬어야 했던 것처럼 살해된다.
근친상간의 최절정. 정말정말 싫다.

월드빌 401호 - 최진영
범죄적 히키고모리.
나약한 인간은 항상 남 탓을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1/01/04 18:23

먼저, 고백을 하자면, 작가 '김수'가 신작을 낸 줄 알고 고른 책이었다.
작가 '김수'는 '캐비넷'으로 06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이다.
연말에 방송3사가 나눠주기식으로 상을 남발하듯이, 이상문학상을 필두로 몇 몇 정해진 작가들만이 수상자로 거론되는 것을 보며 각종 문학상 수상작들을 멀리하게 된지 오래지만, 이 작가를 놓쳤던 것은 큰 실수라고 여겨질만큼 설계자들은 굉장히 재밌는 작품이다.

누군가 살인을 의뢰하면, 전체적인 설계를 하고, 암살자들이 이를 실행한다. 이런 먹이사슬은 군부정권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아마도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남겨질 것이다. 화자(래생)는 암살자다. 어렸을 적 '개들의 도서관' 관장인 너구리영감에게 발견되어 암살설계도대로 실행하는 행동대원이 되었다. 수많은 암살자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래생 또한 그러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퇴역장군을 처리하는 설계를 약간 변경한 것으로 불거지는 사건으로 스토리는 시작되며, 그를 둘러싼 어둠의 인물들과 함께 피튀기는 사건들이 뒤를 잇는다.
영화화 되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스토리 전체가 탄탄하고, 캐릭터들의 컬러도 선명하다.
충분한 준비와 고민을 했음이 분명한 작품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10/30 01:39

휴가철이 끝나는 9월이 되면 코브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을 향한 가식적인 웃음을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된다.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별 일 없을 것 같은 코브마을에 자살사건이 발생한다. 정식 경찰은 아니지만, '홍반장'과 다름없이 마을의 모든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는 대마중독자 시오,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을 따라 코브마을에 왔다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습관적으로 환자들에게 우울증 약을 처방하면서 사는 시니컬한 정신과의사, 세상 물정 모르는 생물학자, 마을 주민들이 우울할 수록 신이 나는 술집여주인, 브루스의 정신을 외치며 술집에서 노래부르는 흑인가수, 코브마을의 풍경을 그리며 사는 여화가, 한때 B급 섹시여배우였지만, 지금은 트레일러에서 사는 미친 여자 배우 등 어떻게보면 제대로 된 인물이 하나도 없는 코브마을에 괴생명체가 출현하면서 마을은 시끄러워진다.
후에, 스티브라 명해지는 괴물은 5천년전부터 생존해온 원시괴물로 50년전 브루스 가수의 동료를 잡아 먹은 이후, 남자로 성전환을 한 후 심해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가, 원자력 연결관에서 새어나온 냄새를 맡고 눈을 뜨게 된다. 독특한 호르몬을 내뿜는 스티브가 나타난 이후, 코브마을은 섹스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정욕마을이라 불리워도 과하지 않을 정도가 된다. 책 제목대로 무미건조하기만 했던 코브마을이 각자 괜찮은 결말을 맞이 한다는 짤막한 줄거리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화면이 전환되고, 복잡한 이야기가 정리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얼기설기 엮인 후 한 줄기로 마무리되는 '꽤 괜찮은 결말'을 보여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09/13 15:23

1/2 지점까지는 좋았다. 주인공이 왜 불행하게 느끼는지,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부딪히고. 자신의 불행을 남편에게 미루는 와이프가 죽일 년이네 싶고, 바람피운 옆집 남자가 주인공에게 살해당했을 때도 그 놈 죽을 짓 했다 싶었다. 즉, 충분히 독자의 공감을 얻을 만 했다. 호흡도 빨랐고, 늘어지는 부분도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재빠르게 오가는 순발력도 뛰어났다.

문제는 그의 죽음을 위장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감정스프는 치즈가락처럼 찐득거리기 시작한다. 죽을 준비를 위해 쇼핑몰 갔다가 우비사고, 삽사고 그러다가 아들 생각나서 울다가, 다시 차 옮겨놓고 모텔가서 눈 붙이다 또 아들 생각나서 울고, 징징징징.. 죽음을 위장한 뒤, 정처없이 떠도는데 쓸데없이 몇 번 국도를 지나 어느 지역을 통과하고, 또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어느 도시에 도착하고 등등..지도를 펼쳐놓고 짚어가면서 보는 독자가 얼마나 된다고 이렇듯 네비게이션 안내를 해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며칠이나 지났다고 여자랑 자고, 또 자고, 여행하고, 그 와중에 사진 전시회 한다고 깝죽대다 결국, 모든 것이 들통나고.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고, 애초에 와이프가 바람난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차라리 죽어버리기나 했으면, 그나마 깔끔한 결말이라도 됐을라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06/04 13:15

4살짜리 루스가 39세 엄마 매리언과 16세 소년 에디와의 섹스장면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루스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나이가 될 때까지의 긴 여정을 다루고 있다. 매리언과의 섹스를 소재로 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된 에디, 훨씬 더 성공적인 작가가 된 루스, 평생 난봉질을 하다 종국엔 딸의 친구와도 관계를 맺은 뒤 자살하는 아버지 테드, 죽은 두 아들의 추억을 평생 가슴에 묻은 채 얼굴없는 작가가 된 매리언.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큰 틀로 놓고, 크고 작은 이슈들이 쉼없이 파고든다.  거침없고 지나치리만큼 솔직하지만,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세밀함, 나무만 보는 것 같지만, 종내는 큰 숲을 염두에 두고 조금씩 확대시켜나갔음을 알 수 있는 존 어빙의 섹스+스릴+가족애 짬뽕소설. 읽어보시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03/13 01:50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어보지 않은 이라면(대부분 그런편이지만 영화보다는 원작이 백만배 재밌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그의 위트와 상상력은 뛰어나다. (우울증 걸린 로봇 멜빈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다.) 이후로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이 발간되어 부랴부랴 도서관에 달려갔으나 이미 대출이 된 상태였고, 다행히 그 전작에 해당되는 위 작품을 손에 넣게 되었다. (성북구 도서관은 어찌나 책을 잘 구입해주시는지, 대부분은 대출해서 보는 요즘이다. 그러나, 최근 지원금이 줄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조만간 구청 홈페이지에 가서 적극적인 건의를 할 생각이다.) 기인에 가까운 인물들과 타임머신, 우주인, 로봇 등 그가 다루는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변칙적이고 비상식적(상상력일수도)이지만, 속사포처럼 풀어놓여진 그들의 대화와 엉뚱한 상황등은 단 몇시간만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반면, 멋모르고 집어들었다가 제대로 걸려든 '다크타워'시리즈(스티븐 킹)
2부 상/하권을 읽고 나서야, 이 작품이 장장 7부작으로 계획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도서관에는 2부까지만 있었다.)
스티븐 킹은 남자치고는 엄청 수다스러운 작가임이 분명한데, 문제는 재미있다는 점.
세기를 거스르며 교차되는 인물들의 만남과 문을 열면 다른 이의 의식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존 말코비치 되기와 흡사하다), 좀비, 정체불명의 존재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다크타워 등 어찌나 떡밥들을 속수무책으로 던져대는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성인판 해리포터가 될 판국이다. 최근 3부 상/하가 발매되었다. (한숨)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01/19 01:10
스물한살의 프라하
프라하로 유학을 떠난 여자애가 어쩌다보니 민박을 운영하게 되고, 2개의 하우스를 운영하는 민박집 주인이 되었다는 스토리.
아메리카 기행 / 후지와라 신야
모빌홈을 타고 7개월동안 미국을 횡단하며 쓴 기행문. 화려한 미국의 이면에 숨겨진 그들이 가진 컴플렉스, 쓸쓸함 등 이방인의 시선인만큼 객관적이다. 기행문이면서도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숙한 문체가 맘에 든다.

FREE: 비트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 크리스 앤더슨
'공짜'라는 개념이 역사적, 심리학적, 경제학적으로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에 관한 책이라 한다. 아직 안읽었다.
카우치에 누워서 / 어빈 얄롬
정신과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기분. 재밌게 읽고 있는 중.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01/09 01:01

인두껍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류의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몇 명을 죽이고도 살인자의 인권이 요구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중국식 단죄가 허용되지 않는 허울좋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다보면 며느리만 벙어리, 귀머거리 몇 년씩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복창 터져서 죽느니 차라리 안보고 말지.식으로 대부분 총총 걸음을 옮기고 만다.

여고생 살인사건 등 재미로 납치와 폭행을 하고, 살인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피하고, 오히려 미디어의 스타가 되는 아이러니를 지켜보는 발화염력자인 준코는 직접 그들을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시체만 까맣게 타버린 사건은 조직내의 다툼으로 마무리되고, 준코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힘을 방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녀는 한밤중에 폐공장을 찾게 되고, 우연히 납치사건에 연루된 한 무리의 젊은이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격투끝에 도망친 리더를 잡기 위해 연이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는 경찰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준코를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시선, '가디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매해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 1위를 놓치지 않는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강대국의 이면에 감춰진 일그러진 사회상(정치적 부패, 청소년문제, 극단적인 범죄 등)을 객관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서술로 그려내어 현대사회가 지닌 양면성에 대한 심각성을 진지하게 토로한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양분하여 비판하고 파헤치는 것이 아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시선을 가져야만 하는지 독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순식간에 2권까지 읽어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그녀만의 소박한 말솜씨 또한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10/01/05 14:06

요코미조 세이지 이후로 일본추리소설에 빠져버리는 사태 발생.
같은 동양권이라는 지역적/문화적 특성과 용의자 몇 명 뿌려놓고 책 덮기 몇 장전에 갑자기 뒤엎어버리는 반전이 특기인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맛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 작품은 살인을 저지르는 1인칭 주인공시점과 주요 등장인물들의 짤막한 독백이 곁들여져 독자는 전지적 시점 위치에서 시작한다.

알라우네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교수형에 처해진 남자가 흘린 정액에서 피어난 전설의 식물
식물을 뽑을 때 내지르는 비명을 들으면 죽는다. 이 식물을 지니고 있으면 재물, 행운 등 세상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살인도구로서 쓰이는 여주인공 3명을 말한다. '각성(첫 살인)'이라는 과정을 통해 알라우네로 깨어나게 된다.

불행한 과거를 겪은 여주인공들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에 속해있던 주인공은 어느사이엔가 그들이 위험한 '알라우네'로 성장했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를 막기위해 동료이자 여자친구인 아카네를 죽이게 되면서부터 막연한 살인계획은 갑자기 코앞에 닥치게 된다. 살인이 거듭될 수록 그에게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알라우네가 눈을 뜨게 되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p.s: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임을 밝힌 채 진행되는 구조이기에 살인의 과정에 촛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찌르고 나온다.식의 간단서술이 아닌, 들어가기 전 준비물은,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떻하지, 문을 안열어주면 등등 수많은 경우의 수와 막상 상대를 앞에 두고서도 뭘로 찌르지, 가위로 해야 하나, 후라이팬은 어디있지,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는거지, 그렇다면 혹시 등등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통에 읽는 사람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래도 역시, 요코미조 세이지를 능가하기는 어려울 듯.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12/23 16:33
그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은 유치원때부터였다. 그 나이때의 아이들이라면 대부분 집중력이나 참을성이 부족하지만, 그는 특히나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힘겨웠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무작정 달리는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이는 엄마뿐이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갈색머리와 옅은 눈동자를 지닌 외모도 그를 점점 더 외톨이로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 하늘을 파란 색이 아닌 노을로 물든 붉은 색으로 칠하는 것도 같은 반 친구의 피부색을 살구색(살색은 인종차별적인 단어라며 다르게 말하던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이 아닌, 노란색으로 칠하는 것도 그가 평범하지 않다는 증거가 되었다. 시골마을에서 아빠없이 엄마 혼자 키우는 자식이라는 점도. 그를 둘러싼 모든 점이 그를 외롭게 만들었다.
엄마는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었던 까닭에 서재에는 수많은 관련서적이 있었고, 학교가 파한 후 이것저것 읽기 시작한 그는 크로마뇽인의 미이라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젊은 시절 엄마는 러시아에서 연구생으로 일한 적이 있었고, 그 미이라는 러시아에서 발견이 됐다. 미이라의 DNA를 채취하여 엄마의 난자에 주입시켜 자신이 태어난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에 다다른 그는 자신이 크로마뇽인의 자식이라고 결론짓게 된다.
남들과는 다른 외모, 들판을 달릴 때 느끼는 자유,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엄마의 태도. 이 모든 것이 그 증거인 것이다.

언젠가는 닥쳐올 빙하기를 대비하여 돌맹이를 갈아 도구를 만들고, 메머드를 사냥할 수 있는 창던지기를 연습하기도 했지만,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런 생각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어쩔수 없이 인정하며 여느 10대들처럼 이성에 눈을 뜨게 되고, 이유없는 반항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던 중 엄마가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 전에 엄마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 고백을 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로 향하게 된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책에서 보았던 미이라가 놓여진 박물관에서 그것을 몰래 훔쳐나온 그는 빙하기가 닥친 것같은 산속 구릉에 미이라를 파묻는다. 자신과 엄마의 과거 모두를 묻고 난 뒤 그는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당황하고, 주저하면서도 결국 궁극의 언덕에 이르게 되는 주인공은 항상 혼자인 듯하지만, 주위에 누군가 있었더라도 결코 해결해줄 수 없는 그만의 정체성과 성찰에 관한 기나긴 이야기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덤덤하게 풀어내듯 말해주는 이야기는 이미 우리가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듯한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10/28 01:48

칭찬일색인 리뷰에 속아 집어든 책.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 애들은 이렇게 생각하나.
(요즘 작가들은 왜들 이리 어린거야. 역시 제게는 100년전의 소세끼 선생님뿐입니다.만 '피안 지날때까지' 구입만 해놓고 안읽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엄청 예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다. 두 남자는 이 여자와 1년동안 계약연애를 한다. K는 가난한 조각가, P는 잘나가는 의사. 1년 뒤 그녀는 자기자신을 선택하고, 배신감에 치를 떨던 두 남자는 그녀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후로 그녀는 10년동안 305호 아파트에 스스로를 가둬둔다. 건너편 306호에 이사온 남자는 이웃이라는 이유하나로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각종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장을 봐주고, 쓰레기까지 처리해줘야만 한다. 처음에는 치가 떨리도록 싫었지만,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남자는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는 305호 여자의 가족과 함께 자동차사고로 죽은 K의 여동생이었다. 오빠가 죽은 이후로 생활을 도와준 P는 그녀를 농락하다 잔인하게 버린다. 막장드라마도 울고 갈 짜고치는 고스톱같은 연결고리.

305호 여자는 306호에 이사오는 세입자들에게 똑같이 괴롭힘을 반복했었다. 그들의 친절함을 불쾌함으로 바꾸는 것, 파괴와 상처. 그것이 그녀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세상을 향한 앙갚음이다. 떠나는 306호 남자에게 그녀가 쥐어준 것은 사진전시회 티켓. 그곳에는 10년동안 그녀가 스스로 분장하고 연출해서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소통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는, 자신을 포함한 다른 모든 이들이 가짜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끝자락에 실려있는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네오 나르시스트이며, 끊임없이 극단적이고 문제적인 실험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이 주는 불편함은 자신의 불행을 그 원인과 상관없는 불특정 타인에게 실험하고 그 결과를 얻는 것에만 주목할 뿐 원치않는 실험대상이 된 이들의 고통과 상처에는 무심하다는 점에 있다. 정작 그녀를 망가뜨린 근본적인 비극의 발단은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임에도 왜 10년동안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패턴을 반복하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10/21 17:13
요즘 추리소설에 재미를 붙인 탓도 있고, 서평도 좋은 편이라 과감히 구입해서 본 책이다.
그래도 역시 요코미조 세이시만큼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작가는 없는 듯. 모든 등장인물을 나열한 뒤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케하는 대부분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결말 한 두 장 남겨놓고, 갑자기 새로운 등장인물을 내세워 이 사람이 범인이야. 자. 이제 자수하시지. 라고 해버리면, 곤란합니다.
유괴사건 용의자에서 인질몸값을 전달하는 입장에 처한 탐정은 헛다리만 짚는 경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독야청청 홀로 플레이를 진행해나간다. 인질이었던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는 전반부에서 사건을 빵 터뜨린 다음, 침착하게 주변인물들을 탐색해나가는 방식은 여느 소설과 다를바없으나, 사건과는 별반 상관없는 에피소드들이 여기저기 박혀있어, 정작 중요한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당구장, 노래방을 전전하는 재수생을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 힘겹게 끝은 맺었으나, 왠지 무엇에 쫒기다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은 모양이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9/15 22:05

10억원이라는 엄청난 선인세에도 불구하고, 피튀기는 경쟁끝에 문학동네에서 발간된 하루키의 신작 1Q84.
달이 2개가 되는 1Q84년의 세계는 리틀피플이라는 초현실적인 존재로 말미암아 차원을 달리하는 또하나의 현실이 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브라더를 연상시키는 리틀피플이 의미하는 바는 끝까지 구체화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과 맞서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힘겨운 몸짓만이 남아있을 뿐. '공기번데기'를 통해 순환되는 도터와 마더, 퍼시버와 리시버, 소리를 듣는 자, 리서처 등 주인공들과 대립적인 구도를 이루는 팽팽한 양상은 진실에 다가서기보다는 쉴새없이 순환하다 시간이 되어 속도를 떨어뜨리며 종착역에 다다르는 느낌을 준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불안한 결말을 암시한 채로 끝을 맺는 결말 덕분에 3권을 예약주문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보다 성긴 흐름과 모호한 플롯에 늘어지는 감도 없지 않지만, 썩어도 준치.라 하지 않았던가. 역시 하루키다운 재밌는 작품이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8/22 13:59

'이누가미 일족'의 강한 임펙트에 취해 연달아 집어든 그의 작품.
범인이 누구인지 감추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어찌나 등장인물 많은지(게다가 일본 이름은 길기도 하지) 읽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앞장을 들춰보는 수고를 해야 했다.(더불어, 잠들기전까지 읽는 통에 다음날이면 내용이 가물가물해짐)
이야기는 1947년 보석상 천은당의 직원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츠바키 자작은 무혐의로 풀려난 후 자살하게 되는데, 이후 그의 환영이 곳곳에 나타나고, 그가 연주했던 플루트 곡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그가 살던 저택에 울려퍼지게 되면서 살인범에 대한 의혹과 공포는 점점 커져만 간다.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모든 등장인물들이 의심되도록 플롯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이 모든 사건이 시대적 분위기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위험한 전제 또한 대담하다. 붉은 물감이 물속에서 일순간 퍼지듯, 한꺼번에 밝혀지는 전말 또한 속도감을 더한다.   

도서관에 갔다가 그의 또다른 작품 '팔묘촌' 발견(솔직히, 너무 기뻤다). 이제 질릴만도 한데 범인이 누구인지 미칠듯이 궁금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틀만에 독파. (사실, 결말을 알고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위 두작품보다는 그럭저럭한 수준이지만, 난 안다. 이제 2권만 더 읽으면 그의 모든 작품을 마스터한다는 것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8/08 01:14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던 중국은 자본가는 비판받고, 노동자계급이 득세하는 시대였다. 주인공 쩡광센은 자본가의 후손이지만 할아버지가 전재산을 정부에 헌납한 댓가로 받은 창고에서 하인이었던 일가들과 함께 살아간다. 우연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 그가 그 사실을 발설하게 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후회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온갖 비판대회에 끌려다니며 모진 고문과 모욕을 당한 그의 아버지는 그와 인연을 끊게 되고, 어머니마저 직장상사로부터 농락당하는 장면을 그에게 들키게 됨으로써 호랑이 우리에 몸을 던지게 만든다. 친구에게 잘못된 정보를 말해주어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고, 여자 하나 잘못만나 강간범으로 몰려 10년동안 옥살이를 치루게 된다. 감옥에서도 그의 후회할 짓은 계속된다. 감방동료의 탈옥사실을 발설해서 똥무더기를 뒤집어 쓰는 등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출소 후 자신을 10년동안 기다려준 여자를 버리고, 감옥을 가게 만든 여자와 결혼하지만, 그녀는 대놓고 부정을 저지르고, 결국, 사기결혼까지 당한다.

그는 항상 주저하다 일을 그르치고, 뒤늦게 되돌려 보려 하지만,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주변인들 모두 그가 입을 함부로 놀린 댓가로 곤욕을 당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것은 쩡광센 자신이다. 평생을 후회만 하면서 살았고, 남에게 손가락질만 당하면서 산 것도 억울한데, 나이 50이 되도록 여자랑 한번도 잠자리를 해본 적이 없다. 시대는 바뀌어 1990년대가 되었고, 다시 자본가의 시대가 도래한다. 자신의 반평생을 회고하는 주인공의 고백에는 후회보다는 헛헛한 웃음기마저 맴돈다.

위화의 작품들이 무겁고 불편한 시대적 진실을 말한다면, 이 책은 훨씬 더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읽을 만 하다. 그러나, 결코 허술하거나 얕음이 아닌, 우리 자신조차도 하루에도 몇 번씩 저지르고 마는 실수에 대한 위로주같다고나 할까. 이런 사람도 있으니,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기적인 안도감을 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7/31 23:40


총 3부작에 걸쳐 6권을 끝으로 시리즈가 종결지어졌다. 타나토노트의 미카엘 팽송이 천사를 거쳐 신후보생이 되고, 최상의 신이 되기 위해 다른 후보생들과 경쟁을 하고, 제우스가 아닌 최상위 신의 존재를 만나게 됨으로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결말 부분은 '책으로 만든 사람들(살바도르 플라센시아)'의 모티브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하는 강한 의혹이 든다. '책으로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을 창조해낸 작가와 전쟁을 벌인다는 전제였다면, 베르나르는 '독자'들이 최고의 존재이며, 그들의 선택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현상이 유지되고 연장된다는 주장을 한다. 이전 작품들이 잘난 척하느라 정신없었던 유아독존 스타일이었다면, 이번 시리즈는 대놓고 대중적인 글쓰기를 표방하며, 독자들의 눈치를 보며 쓴 티가 난다. 하지만, 수많은 자료수집을 통해 읽을거리를 넘어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능력은 여타 대중작가들과는 다른, 그의 커다란 장점이자 무기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6/29 23:49

이누가미 일족은 3번의 영화화와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서 재벌 이누가미의 유언장을 계기로 벌어지는 연이은 살인사건과 이를 두고 벌어지는 범인을 잡기 위한 추리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누가미 가문 일족들과 노노야미 가문을 둘러싼 복잡한 플롯은 독자들로 하여금 모든 등장인물을 범인으로 의심케하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함께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생생한 증언들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 여름에 걸맞는 최고의 추리소설. 강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5/15 22:32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새삼스레 화제가 된 이 작품을 읽어보면, 모티브가 아니라 시나리오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스토리가 흡사하다. 1867년도에 발표했을 당시 포르노그라피를 펼쳐놓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불쌍한 히스테리환자라는 혹평을 들었지만, 남편이자 친구를 죽인 연인들이 불안에 사로잡혀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가쁜 호흡과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나가는 이 작품은 영화보다 백배 천배 나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차라리 박찬욱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여 성직자가 아닌 치졸한 난봉꾼을 그대로 담아왔다면 관객의 외면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의 중심은 살인을 저지른 연인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진정한 심리적 공포심이다. 선악을 구분짓는 원론적 양심과 비이성적인 행동사이에서 방황하는, 비겁하지만 어쩔수없이 나약한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찜찜한 기분과는 달리 아. 이런 것을 자연주의 작품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감동이 밀려온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1/07 00:53

독립한지 3개월이 지났다. 밥을 짓는 것처럼 처음에는 '센'기쁨이 있었고, '중간'정도의 익숙함과 어설픈 조울증도 얻었다. 고슬고슬한 밥을 먹기 위해서는 은근하게 뜸을 들여야 하는데, 아직 그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계속 오락가락 하는 중.
혼자살기1.을 읽으면서 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도 있었구나. 그녀도 나처럼 억지로 기운을 차리거나, 고개를 떨구기도 하는구나. 그러면서도 다시 씩씩하게 욕심많은 여자애로 살아가고 있구나. 약간 다른 점이라면, 그녀는 접시나 컵, 생활소품 등을 좋아하고, 난 내 몸을 감싸는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
혼자 사는 것을 기꺼이 즐길 줄 알고, 사람들을 소중히하고, 훨씬, 아주 많이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흔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 예쁜 포토에세이. 어느새 팔각성냥곽에 빼곡히 담긴 성냥알처럼 남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 책.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9/01/04 13:40

'백투더 퓨처'를 보며 품었던 모든 의혹을 감안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 의료봉사를 떠난 엘리엇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고쳐준 후 아이의 할아버지로부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황금알약을 얻게 된다. 30년전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던 엘리엇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알약을 삼킨다. 나비효과처럼 과거를 바꿈으로서 생길 수 있는 거대한 불확성에 대비해 젊은 엘리엇과 만난 그는 세가지 약속을 다짐한다.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스토리지만,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한 순간을 살짝, 아주 살짝 비켜나가게 함으로서 결국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내버리는 작가의 당돌함이 귀엽다.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은 주인공들은 운명의 손가락에 매달린 인형처럼 이리저리 빙글거리다 뒤엉키거나 끊어지기도 하지만, 사.랑.의 힘(젠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뻔하고도 흔한 결말을 보여준다. 그러나, 황금알약 10개로 수없이 과거를 오고가는 동안, 시공간을 초월한 신호방법, 그에 따른 부작용과 간단한 오해, 뻔한 반전 등 '닥터후' 시리즈를 보는 듯한 통속적인 재미가 있는 책이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2/24 22:58

20대 초반의 불완전한 남녀의 짧은 만남과 긴 헤어짐을 지나치리만큼 덤덤하게 그려낸 단편집. 11편에서 각각 이별을 이야기하는 남자들은 모두 직업이 없거나 프리터족이며, 미래에 대한 확신은 커녕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겨워하는 미완성 존재들이다. 이들과 관계를 맺는 여성들 또한 불투명한 자신을 드러냄을 두려워하는 정신적 미성년자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한 면을 보여준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11편의 만남과 이별은 언뜻 보면 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대중적인 일본소설의 가장 큰 경향인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건조한 관계들을 가장 쉽고 간단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2/23 23:16

'예닐곱 살 무렵에 난 유괴당했다.'
라일라가 유괴당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자루에 넣어진 뒤 노파에게 팔려간 라일라의 삶은 언뜻보면 안온한듯 보이지만, 노파의 죽음과 함께 그마저 빼앗기게 된다. 이후 거리의 여자들과 함께 지내게 된 라일라는 거칠고 잔혹한 세상으로 내던져진다. 끊임없는 두려움과 어둠속에서도 자신을 찾기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 라일라는 수많은 역경을 겪어내며 자신의 근원지인 아프리카에 다다르게 된다.

라일라는 사고로 인해 한 쪽귀가 들리지 않는 대신, 다른 감각, 즉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극도로 예민하다. 항상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하고, 실제로도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로부터 무방비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점점 더 어둠속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어 그 속에 숨게 된다. 수많은 할큄으로 인한 상처를 움켜쥔 채 끊임없이 표류했던 그녀에게 있어 아프리카의 모래 사막은 그동안 겪은 모든 고난을 부드러운 모래능선으로 소리없이 덮어준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2/17 23:48

넌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졌으니 책 읽어주는 직업은 어떨까.라는 친구의 제안에 신문광고를 낸 마리는 다양한 인물들로부터 책을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하반신 불수인 탓에 자유롭지 못한 육체대신 보들레르적 감수성을 지닌 소년, 계급적 사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퇴락한 백작부인, 그녀에게 욕정만을 느끼는 사업가, 바쁜 사업가 엄마를 가진 엉뚱한 소녀, 변태 노법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과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지만 마리는 책을 읽어주는 자신에게 나름대로의 직업논리와 자부심을 갖고자 안간힘을 쓴다.

각각의 대상을 향해 읽는 텍스트들은 마리의 목소리를 통해 강한 자극으로 전해지고,이에 따른 예상치못한 상황들은 마리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작품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화려하면서도 군더더기없는 함축적인 문장과 적절한 인용구들은 프랑스 문학에서만 접할 수 있는 사치스런 언어의 향연을 펼쳐 보이고, 분명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블랙유머 또한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 입술을 움직여 말할 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가 있을까 싶은 문장들로 가득찬 책이다. 이는 불문번역의 최고봉인 김화영의 몫도 한부분을 차지하며, 미셀 투르니에에 이은 멋진 콤비가 만들어낸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2/12 01:02


개미-타나토노트-천사들의 제국 등을 통해 자만심이라는 망망대해에 기꺼이 빠져버렸던 베르베르가 다시 돌아왔다. 이미 프랑스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작품이기도 하지만, 예약판매라는 영악한 마케팅 외에도 그닥 괜찮은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던 문학계로서는 반가운 작품일수도 있겠다.
1,2권이 나왔지만, 그 뒤로도 몇 권이 더 이어질지 모르는 무한대 시리즈물인 이 책은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을 잇는 속편격으로 인류의 기원과 함께 다양한 그리스신화의 에피소드를 적용시켜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조앤 K 롤링이 굉장히 부러웠나보다. 책도 많이 팔고, 영화화도 되고 백만장자가 된 것이 몹시도 부러웠던 것이 틀림없다. '신'은 프랑스판 해리포터 버전이라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다양한 캐릭터들(역사적인 작가, 화가, 배우 등)과 환타지적 짐승들(머리가 몇 개 달리거나 사람 얼굴을 가진 나비 등), 그리고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등 영화제작자들이 탐낼만한 요소를 잔뜩 지니고 있다. 이 외에도 동물적 행동 속성에 따라 나뉘어지는 다양한 인간사회적 실례들도 흥미롭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1/27 22:29

나고 자라고 터를 잡았던 곳을 떠나 아는 이 없는 곳에 와있는 나로서는 매일매일 눈물로 지새웠다면 약간 과장이지만, 어쨌든 익숙치않은 무한대의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과는 별도로 혼자 있는 방법을 몰라 한동안 방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홀로 사는 것이 결코 외로운 것이 아니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소유와 집착에 대한 허망함,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경계와 함께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의 중요성 등 하옇튼 좋은 말씀은 다 해주시고 계신다.

/순간순간 당신 자신이 당신을 만들어간다.
/내가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고독과 고립은 전혀 다르다. 고독은 때론 사람을 맑고 투명하게 하지만, 고립은 그 출구가 없는 단절이다.
/행복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느끼면서 누릴 줄 알아야 한다.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참는 것이 곧 정진이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어떤 대상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그 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내 삶을 추하지 않게 마감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아름답다.
/우리가 참으로 보고 들어야 할 것들을 가려서 보고 들어야 한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1/25 23:03


치즈는 스무살. 남들은 모두 행복해보이는데, 정작 그녀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 것같은 젊음이 귀찮기만 하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함께 살고 있는 깅코 할머니처럼 훌쩍 일흔살이 되버렸으면 좋겠다. 깅코할머니는 모든 절망과 후회를 다 겪었을테니까. 치즈는 불안한 현재의 삶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만, 언젠가는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숨긴 채 시니컬한 시선으로 세상을 노려본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설레면서도 언젠가는 누구도 자신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는 슬픈 단정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더 딱딱해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런 그녀옆에서 툭툭 내뱉는 깅코라는 인생고수의 명언은 간결하고 적확하다. 
Posted by Glyceria:: litmus
2008/11/18 23:00


'살아간다는 것' '내게는 이름이 없다'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 중국 인민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그려낸 위화의 산문집이다. 치과의사에서 작가로 전향한 부르조아적 선택으로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오해와 고단하지만 행복한 작가생활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외과의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피와 죽은 이들과 친숙했던 위화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유년생활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만두와 찐빵에 환장하고, 환자의 차트를 가지고 놀다 혼날까봐 병원 앞 땅에 묻어버리는 어린아이이기도 했다. 이빨장수라 불리웠던 5년간의 이뽑기에 지친 그는 평생 다른 이의 입안만 들여다보며 산다는 삶 자체가 끔찍했고, 놀고 먹는 것 처럼 보였던 문화원에 들어가기 위해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물론, 그에게 작가적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전문학이라는 놀라운 세계를 경험한 덕분에 문학이라는 고행길을 기꺼이 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중국에도 불어닥친 인터넷문학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독자들에게 있어 더욱더 다양한 문학적 선택을 할 수 있음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작가들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고통과 번민을 겪어야만 지상에 있는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곳에 기고한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보니, 같은 내용이 몇 번씩 반복되기도 하고, 기나긴 진지함에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위화라는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Posted by Glyceria:: lit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