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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기사단장 죽이기

by iamlitmus 2017. 8. 8.

과거 작품에서 음악, 마라톤, 여행, 요리 등에 관심이 많았던 하루키는 이번 책에서는 오페라와 클래식, 회화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재로 했다. 
꽤 오랜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하고 스토리의 시놉시스를 수정하고, 인물들의 색깔을 정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입체적이고 중의적인 인물들을 순차적으로 등장시켜 일렬로 묶어놓은 뒤 하나씩 잡아당겨 이렇게 돌려세우고 저렇게 밀어넣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하루키의 작품 중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굉장히 호흡이 빨라지고 세밀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어 한 호흡도 놓칠 수 없는 긴박감과 함께 서늘한 공포마저 들게 한다. 
(기사단장을 죽이고 긴얼굴이 나타나는 장면은 정말이지 최고다.)

약간 실망스러웠던 점은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2권에서 끝날 이야기가 아닌데 왠지 성급하게 문을 끌어내려 닫는 느낌이 드는 결말이다.
어라. 그래서 저 남자 아닌 남자는 누구였고, 그건 어떤 존재였고, 엄마의 옷이 정말 딸을 구해준건지, 긴얼굴은 어디로 갔고, 얼굴없는 남자의 초상화는 언제 그릴거고, 펭귄 인형은 어떻게 돌려받을 것이며 아내가 낳은 아이는 진짜 내가 꿈속에서 아내와 만든 아이인건지, 이렇듯 궁금한게 한 대야인데 이렇게 흐지부지 다 정리된 것 같아. 이데아는 사라졌고 관념과 개념은 저만치에 있고 이중메타포를 조심하면서 살아야지. 라고 끝내버리면 어떻합니까. 하루키씨.  

 p.s: 아는 동생이나 회사동료에게 빌려주기는 어려울 정도로 야한 부분이 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