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의 발견

발리에서 잠깐 살아보기 - 3일째

by iamlitmus 2010. 11. 8.

오늘은 외출하지 않고, 호텔 시설을 이용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해변에는 각종 레포츠를 권하는 호객꾼들로 북적댄다. 로비에서 택시카운터 있던 직원이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며 해변까지 따라왔다. 달랑 5분 하늘에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만3천원이다. 보라카이에서 타 본 경험도 있었고, 가격도 비싼 것 같아 S만 해보기로 했다. 발리에서 흥정은 기본! 8천원까지 깍은 뒤 S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순식간에 하늘로 날려보냈다. 비명을 지르며 올라간 S가 저만치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직원이 빨간 깃발을 흔들며 꽉 잡아!’라고 외친다. 한국말 잘하네. 감탄하자마자, 순식간에 S가 해변에 나동그라지는 것이 보인다. 돈쓰기 쉽구나. 저만치 파란 하늘 위에 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만3천원으로 보인다.

공중으로 끌려 올라가기 직전의 S. 정말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파란 깃발을 흔들면, 오른쪽 줄을 당기면 된다. 팔힘이 없는 S는 힘들다고 앵앵..

몇 개 안되는 비치 의자를 잡고서 누우려는데, 맛사지를 권하는 직원이 다가왔다. 30분에 만3천원. 여기는 모든 것이 만3천원인가보다. 너무 비싸서 거절하려고 하는데 S가 같이 가자고 한다. S는 일주일 뒤면 발리를 떠나야 하니, 가능한한 많은 것을 해보고 싶은 가보다. 하는 수 없이 야외수영장 한켠에 마련된 방갈로에 가서 나란히 누워 맛사지를 받는데 역시나 오일을 발라 슬슬 문질러대며 자기들끼리 신나게 수다를 떤다. 인도네시아어를 모르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연히 일을 하는 건데, 마치 마루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오일범벅이 되어버려 기분이 별로다.

전용해변이라고는 하지만, 의자가 몇 개 없어 쟁탈전이 치열하다. 

바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해변까지 갖다준다. 세금포함해서 3-4천원 정도.

호텔 내부에 있는 수영장. 개인방갈로가 있어서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다.

짐바란 시푸드는 허니문이나 패키지로 여행 올 경우, 반드시 들르게 되는 코스인데, 미리 예약할 경우 무료픽업이 가능하다고 해서, 5 예약을 하고 잠시 방에 돌아가 쉬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나오니, 식당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책자에 적인 식당과는 다른 곳이었지만, 이미 차까지 얻어타고 온지라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 보는데, 가격대가 경악스럽다. 3인 기준으로 거의 15만원에 육박한다. 발리 현지인의 기본 월급이 35만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글로벌한 바가지 수준이다.

저 나무들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멋져보이더라.

대낮에 보면 맹숭할 수도 있는 식당의 전경. 이런 식당들이 해변가를 따라서 주욱 늘어서 있다.

일본처자들로 보이는 언니들. 대화도 없이 조용히 밥만 먹는 듯. 분명 바가지 썼다. 100%다.

오른쪽 보이는 얼굴이 '마데' 왼쪽 언니가 친절하게 현지어를 가르쳐 주었다.

저녁이 되면 굉장히 근사해지는 풍경. 바다는 안보이지만 조명때문인지 로맨틱해진다.

테이블 담당자가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을 때, 한없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름이 뭐예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떤 메뉴를 주문하면 좋지요? 물으니, ‘마데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원은 예상대로 가장 비싼 메뉴를 추천한다.

/잠깐 이리로..가까이 와봐요.

영문도 모르는 마데는 나의 은근한 목소리에 머리를 바짝 들이댄다.

/마데. 내 친구가 여기 와봤는데, 40% 디스카운트 받았었다고 그랬었어. 그러니까 마데는 35%정도는 디스카운트 해줘야 해. 여기 이거 15만원짜리 6만원에 해줘.

마데는 깜짝 놀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대번에 안된다고 한다.

/마데. 잘 들어봐. 나 다 알고 왔다니까? 디스카운트 안되는게 어딨어. 여기에 세금도 15% 받잖아. 그럼 너무 비싼거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디스카운트 해줘야지.

마데는 잠시 생각한 뒤, 매니저에게 물어보고 오겠다고 한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12만원까지 해주겠다고 한다.

/마데. 우리 친구지? 그치? 12만원에 먹을거면 마데한테 부탁하지도 않았어. 그럼 세금 빼고 7만원에 하자.

마데는 도리질을 한다. 이 가격으로 하면, 자기는 짤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럼 좋아. 75천원. 나도 더 이상은 안돼. 빨리 물어보고 와.

마데는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싶은 표정을 짓고는 매니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럼 이 가격으로 하자고 한다.

조금 더 깎을 수 있었지만, 흥정의 재미를 느끼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음식에 침이라도 뱉으면 어떻게 해.라는 지극히 진상적인 생각도 떠올랐다.

맥주와 함께 닭육수로 국물을 낸 스프가 먼저 나왔다. 이어서 양념을 얹은 조개, 구운 새우, 오징어 튀김, 랍스터를 얹은 메인요리가 등장했다. 가격대에 맞춰 양을 줄였다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일행 모두 양이 적은 편이었고,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맛도 꽤 괜찮은 편이어서 해질녘 바다를 보며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주위가 어둑해지고 테이블마다 켜놓은 촛불들이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하자 악사들이 등장했다. 허니문이나 가족끼리 온 테이블들을 돌면서 고객의 국적에 맞는 음악들을 연주하는데, 실력들이 수준급이다. 연주가 끝나고 우리쪽 테이블로 옮기려는 순간, 우리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왼쪽테이블의 일본인 허니무너에게 건너간 그들은 일본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부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지, 흥에 겨웠는지 모르지만, 신랑이 일어나 그들 사이에 서서 봉고를 치며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오징어로 화할 것만 같았으나, 공짜로 듣는 주제에 티를 내면 안될 것 같아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식을 갖다 주는 여직원에게 인도네시아 말 몇 개를 배웠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 몇 개를 따라하고, 그녀에게 한국말로 사랑합니다.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계산을 하면서, 마데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니, 주위 사람들이 모두 와하하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