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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은 사람인지라

by iamlitmus 2018. 8. 26.

퇴근 후 동료 몇과 저녁을 먹었다.

같이 일한지 3개월여가 지났지만 가끔 점심을 같이 먹을 뿐 업무 이야기 이외에는 많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개인사는 그들이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물어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고, 설사 들었다 하더라도 금방 까먹는 나로서는 기억하는 것이 몇 조각 되지 않았다.

손가락 한마디 만큼씩만 맥주를 홀짝대는 나와는 달리 소주 몇 병을 부어라 마셔라 하던 그들은 점점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 경제, 연예, 환경, IT 등 주제는 다양했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을 택했고, 청중을 확보한 그들은 흥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얼마나 허무하고 후회스러운지. 내가 몇 시간동안 뭔 말을 한거지. 싶어 되짚어봐도 쓸만한 구석은 단 한뼘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음 날 멀쩡한 정신에는 더더욱 우울해진다는 것을.

 

그들이 하는 말에 이해가 되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냥 그들의 생각이 그렇구나.라고 넘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에게 참으로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집중하고, 이해하고, 반응하고, 함께 대화를 해야 한다. 업무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인지,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망각' 정말 거짓말처럼 다 까먹는다. 남친과 싸우고 나서도 까먹고, 화가 나거나 우울한 마음도 까먹는다.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청소를 하고, 주변 정리를 했다. 감정의 결을 다듬고, 톡톡 두들겨 좀 더 단단하게 만든다.

다사다난했던 8월의 마지막 주다.

곰곰히 생각하고, 다른 이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남친하고 잘 지내고, 경박하게 굴지말고.

이번주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