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다르다
미대오빠가 대전에 있는 본사에 가서 신제품 디자인 리뷰를 하는 날이었다. 평일 아침인데도 대전행 KTX 표는 모두 매진이었다. 그렇다. 바로 성심당 때문이다. 이전에도 몇 번 먹어본 적은 있으나 일부러 기차를 타고 가서 오픈런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 미대오빠는 서울로 올라오기 전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좀 사갈까 싶어 매장 근처에 갔는데, 순대처럼 꼬불꼬불 돌아가있는 대기입장객을 보는 순간 포기했다고 한다.
퇴근 후 서울역에서 미대오빠와 만났다. 파이브가이즈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고 했다. 햄버거 2개에 (리틀) 감자튀김, 셰이크 1개를 결제한 금액은 4만 원이 넘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중에서 가장 수제버거스럽다고 할만한 맛이기는 했다. 패티는 신선했고 사이드로 들어간 야채와 소스도 잘 버무려졌다. 감자튀김은 큼직하고 기름내가 나지 않았지만, 오레오와 딸기 맛을 섞은 밀크셰이크는 너무 달았고 됨직했다. 사이드 메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재방문한다면 버거만 사서 콜라에 먹으면 될 듯.
평일 저녁답게 실내의 모든 테이블은 자리가 없었고 싫으면 폭염이 펼쳐진 야외로 나가야 할 상황이었다. 한참을 서성대다 일어서는 테이블 옆에 가서 기다렸다.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노인이 물과 샌드위치를 들고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직원이 다가와 주문했냐고 물었다. 누가 봐도 매장 음식은 아니었다. 외부 음식 반입은 안되니 나가달라고 하자 노인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계속 자리에 앉아 있자 다른 직원이 와서 또 나가라고 했다. 노인은 간다고 하지 않았냐며 또 물어볼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큰소리 날까 싶었는지 직원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노인을 지켜봤다. 잠시 후 노인은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미대오빠는 뭐라도 사줘서 매장에서 먹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노인들이 무시받고 쫓겨나는 것이 싫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한가하면 모를까 매장에 자리가 없는데 직원 입장에서는 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출퇴근 길에 매일 보는 할머니 노숙자가 생각났다. 파리가 들끓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하루종일 자거나 뭔가를 먹고 있기도 했다. 언젠가는 경찰이 와서 짐을 싹 가져가버린 적이 있는데 하루 만에 엄청난 짐이 또 쌓였다. 어쩔 때는 조화를 꽂은 꽃병이 놓여 있기도 하고, 라면, 음료수 등 누군가가 갖다 놓고 가기도 한다. 저녁때만 잠자리를 펼치는 남자 노숙자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나름 지정석 보유자다. 지하철과 건물 지하도의 경계에 있어 양쪽의 간섭을 받거나 아니거나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단속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 그런 파이터가 없다. 누구도 그녀에게 시비를 걸지 (못)않아서 인지 약해 보이는 노숙자들이 그녀의 주변에 누워 있기도 했다. 엄마는 사업이 망해서 노숙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며 불쌍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거칠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