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국립현대미술관

iamlitmus 2007. 6. 6. 17:36


미술관 옆 동물원, 아니 동물원 옆 미술관 이 소박하고 멜로냄새 풍기는 조합 속에 자리한 미술관의 실제 모델은 전혀 소박하지 않다. 굵직한 작품들과 전시를 여유롭게 품은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바로 그 동물원 옆 미술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고즈넉함은 그대로 가진 채 그 속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현대 미술작품들은 묘한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다.

취재 │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짙어진 녹음 사이로 시원하게 들어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간 곳에서 만난 국립현대미술관. 햇빛 아래에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베르나르 브네의 거대한 작품들과 기존의 야외 조각들 사이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중앙에 이름 그대로 감동을 주는 백남준의 거대한 비디오 아트 조형물‘다다익선’을 중심으로 튼실한 전시들이 양 옆으로 진행 중이다.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들은 미술관 건물 곳곳에 조용히 안착하여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 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변의 경치, 시설 등에 끌려 겸사겸사 찾아 들어가는 것은 앞으로 미술관에 대한 방문을 보장해 주기 힘들다. 미술관의 주변 볼거리로 인해 가는 것보다는 미술관 자체에 볼거리에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동물원과 놀이동산을 함께 곁에 두고 있다. 다소 산만한 분위기의 위치적 조건과 수려한 자연경관, 또한 야외조각공원이라는 요소들은 한번의 나들이 장소로 각인되기 싶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기획전시들과 알찬 상설전시를 준비하면서 미술관자체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작은 갤러리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이런 큰 뮤지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 차이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수 있도록 국립미술관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이러한 책임감이 전시의 내용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가까이 있어 두고두고 곱씹으면 더욱 좋겠지만, 먼 발걸음 무겁지 않게 하는 전시들이 다행스럽기만 하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과 넓은 미술관을 꽉 채운 상설전, 한 전시당 작품수가 40여 점 이상인 전시들이기에 이 모든 것을 하루 동안 돌아보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잦은 방문이 어렵다면 집중적으로 관람할 전시를 정한 뒤 동선을 짜는 것이 좋다.
문지방이 닳도록 들고 날라야 하는 미술관이지만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핸디캡으로 어쩔 수 없는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 현대미술에 관한 수집과 보존, 그리고 조사•연구가 함께 이루어 지고 있기에 다양한 볼거리는 물론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그런 곳이지만 그 활용도에 있어 불편하다는 것은 가장 큰 핸디캡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진행되는 알찬 전시들과 미술관 곳곳의 여러 시설과 프로그램들을 놓치지 않고 참여하기에는 솔직히 하루가 짧다. 먼 곳까지 와서 맘 먹고 즐기기 위해서는 관람은 서두르게 되기 때문에 진정으로 느끼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곁에 두고 오래오래 곱씹기 위한 미술관 위치의 근접성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아쉬움이 생길 만큼 또, 조금은 불편해도 다시 찾게 만드는 알찬 기획으로 앞으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출처: 디자인정글(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