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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일기

iamlitmus 2024. 10. 22. 16:40

옛날 영화를 보다


-세븐 (1995년)
감독 : 데이브리 핀처
배우 : 모건 프리먼, 브래드 피트, 기네스 펠트로, 케빈 스페이시
식탐, 탐욕, 나태, 색욕, 교만, 시기, 분노

브래드 피트의 (거친)리즈 연기를 볼 수 있다. 모건 프리먼은 젊었을 때도 할아버지처럼 보이네. 브래드 피트 와이프 역인 기네스 펠트로는 역시 고급진 느낌이다. 범인 역의 케빈 스페이시는 똘끼 가득한 연쇄 살인범 연기가 기가 막히다. 신의 사자로서 7대 죄악에 해당하는 죄인들을 단죄함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준다는 그의 생각에 자칫 공감할 뻔 했다.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멋진 촬영과 연출이 대단하다. 예전에 봤었던 영화였지만 결말은 까맣게 잊고 있었기에 끝 장면에서 놀랐다. 

-케이프 피어 (1991년)
감독 : 마틴 스콜세지
배우 : 로버트 드 니로, 닉 놀테, 줄리엣 루이스

미국판 '악마를 보았다' 레벨의 하드코어 복수극이다. 강간죄 재판을 받는 드니로는 국선변호사였던 닉 놀테의 의도적인 증거누락으로 14년을 구형받게 된다. (피해자가 문란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나쁜 놈이니까 그냥 감옥에 가라.생각으로 숨김.)

구형 당시 드니로는 문맹이었지만, 나중에 글을 배우고 자신의 재판기록을 읽고 나서 완전 빡침. 지옥같은 감옥에서 출소한 드니로는 복수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 집념이 정말 대단하다. 그냥 다 같이 죽자.임.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앞두고 폭우가 쏟아지는 하늘을 보며 성경구절을 외치는 그에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힘들었구나. 


TV/OTT를 보다


정년이 (tvN)
김태리 대단하네. 립싱크인줄 알았는데 3년 전부터 소리를 배웠다고. 비전공자가 몇 년 공부했다고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말이 있지만, 어쨌든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줌. 김태리 극중 연기법이 과장되고 큼직스럽다보니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오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신예은이라는 새로운 능력자를 발견한 것은 덤!

전란(넷플릭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무능한 왕들 때문에 온백성 죽어나가는 역사물을 보다보면 성질이 나서 보지 않는다. (선조 역을 맡은 차승원은 속좁고 무능력하고 못되처먹은 왕으로 표현함.) 

그래도, 강동원과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다하니 앞부분만 잠깐 봤는데 금새 홧병 날 것 같아 중간에서 끊었다.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피난을 갔을 때 노비들은 문서를 태운 뒤 양반들을 죽이고, 백성들이 궁궐을 약탈하는 장면을 보고 그랬었구나.(그럴만 하지) 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강동원이 노비 역이고 자신은 양반 역이라고 항변하는 박정민 배우의 억울한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책을 보다

작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 한국 최초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 상금이 14억이라느니, 200만부가 팔리면 30억 인세라느니 그런 말은 고승이 돌아가셨는데 사리가 몇 개 나왔는지 궁금한 것과 같은 유치한 말 아닌가. 

'채식주의자'를 읽은 적이 있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간신히 읽었다. 소년이 온다는 아예 읽을 생각도 안했다.  수상 소식에 각 서점마다 한강 작가의 책을 쓸어담는 이들을 보며 저들이 과연 그 책들의 내용을 알고나 사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전리품처럼 장식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녀의 책은 그리 가볍지 않은데.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다. 
 

 

결혼식에 가다


지인의 따님 결혼식에 다녀왔다. 강남에 위치한 호텔에서 한다니 맛있는 밥이나 먹고 오자 해서 허덕허덕 갔더니 역시 대단한 규모에 온 사방이 반짝거리고 생화 향기가 넘실거린다. 송로버섯 스프로 시작된 코스요리는 티라미슈 케익으로 마무리됐다. 신부 입장하자마자 식당으로 향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식을 지켜보게 되니 양가 어르신 및 회사 동료, 친구들까지 자세히 보게 된다. 
 
결혼식은 품앗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거창하고 화려하게 할 필요는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지인이 생각보다 부자였네. 표정이 계속 굳어 있는 것은 외동딸을 떠나 보내는 서운함일까. 아니면..
식이 끝나고 남은 식권은 와인 답례품으로 교환했다. 어떻게든 돈을 빼내겠다는 예식장의 상술에 놀랐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자마자 현실로 돌아왔다. 
 

새 사람

새로운 인력 2명이 출근했다 3년~5년차 선임급인데, 일주일 차로 입사한거여서 은근히 경쟁하는 것이 느껴진다. 확실히 사원급과 다른 것이 인수인계 교육을 하면서 한번만 설명해줘도 금방 이해하고, 업무를 시켰을 때 척척 해낸다. 출근 2주가 지난 뒤, 소감을 물어 봤는데,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익혀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답에 내심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지만 사회생활 잘하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릇이 중요하다

똑같은 커피인데 내가 좋아하는 컵에 담았더니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도 그렇다. 마음에 따라 동그래지고, 뾰족해진다. 

살아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떠오른 단어다. 참자, 버티자, 이겨내자. 힘내자. ~내자.라는 접미어는 수동적이면서도 은근한 주관이 담겨있는 느낌이다. 적극적으로 힘내는 것은 아닌데, 묵묵히 해내기는 하는데, 생각이 바뀌거나 배알이 꼴리는 순간 얄짤없이 일어나 나가버리는 그런거?
누구를 위해서는 아니고, 당장 급한 것은 없어서 그냥 하고는 있는데, 꼭 해야 하는건 아니고, 누가 하라고 하면 또 하기싫고. 그런거?
아.빡치네. 라고 말하고는 냅다 자버리는거. 담날 느지막히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빨래 돌리고, 도서관 갔다가 후루룩 책 좀 보고, 동네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다가 들어와 낮잠자고, 냉장고 파먹기 하다 다시 책좀 보다가 저녁 어스름에 동네 서점 놀러가서 어슬렁대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 저녁 뉴스보며 냅다 욕을 퍼붓다가 느지막히 영화 한편 보고 나서 씻고 다시 잠이 드는 그런 하루를 보내는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