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랬지?-후기
도시락 가방이 보이지 않길래 어디에 두었냐고 물으니 신발장 아니면 베란다에 있겠지.
뭔가 나와 있는 것을 싫어하는 도련님인지라 치운다고 어디 뒀나 보다 했다.
다음날,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 다시 물었더니 직접 여기저기 다니며 찾는데 없다.
잘 둔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 아냐?
언젠가 전혀 엉뚱한 데서 나오겠네. 했더니
순간 분기탱천하여 온 집안을 뒤지고 다닌다.
잠들기 전, 번뜩 스쳐가는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그럴 리가. 그러면 안 되는데.
회사 냉장고에 있었다.
망연자실 서서 생각했다.
어떻게 찾았다고 하지.
이케아 제품이라 새로 샀다고도 못한다.
신발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고 할까.
다른 때는 둔하면서 구박할 때는 열심인 그는 분명 눈치챌 것이다.
네가 그랬지? 그래놓고 나한테 뒤집어 씌운 거지? 너는 정말..
[후기]
도련님은 외근 때문에 늦게 들어왔다.
누군가와 같이 밥 먹는 것을 불편해하는지라(그냥 누군가를 불편해함) 저녁을 안 먹은 상태였다.
지쳐서 소파에 앉아 있는 도련님한테 양배추를 수북히 쌓아 쌈장과 함께 배에 얹어주니 토끼처럼 와삭와삭 먹기 시작한다.
밥을 새로 해서 계란말이 1개만 담아 한 입만큼만 종지 그릇에 주니 옴뇸뇸 먹는다.
디저트로 자몽주스를 건네주니 쪼로록 마신다.
자..이제 되었다.
배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도시락을 담아 가방에 넣어 식탁에 얹어 놓았지만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다.
냉장고에 넣어 놨더니 다음 날 아침 묻는다.
/너 가방 찾았네. 거봐. 네가 가져갔지?
//아냐. 신발장 안쪽으로 넘어가 있더라. 오빠가 그렇게 놓은 거잖아. 진짜.
확신을 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눈빛을 한다.
밀어붙여. 밀어붙여.
/빨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