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이 쐈다
도련님은 2년마다 휴대폰을 변경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유는.. 신제품을 쓰고 싶으니까?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종은 아이폰14 프로 맥스.
주말에 애플샵에 갔다. 도련님은 제일 크고 비싼 아이폰 16 프로 맥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지금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만족한다. 고 말해왔었고 그 자리에서도 다시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래는 쳐져있던 그의 눈꼬리가 촥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직원이 새로운 기기를 가져왔다. 보상가 73만원을 제하고도 백만 원을 한참 넘어선 가격에 가슴 한편이 답답해져 왔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맙게 생각하자. 내 돈 쓰는 것도 아닌데.. 도 굳은 표정이 풀어지지가 않았다.
기기값
1,900,000*2 = 3,800,000
기기보상값
-1,460,000
총 2,340,000원
애플 직원은 필름은 안하세요? 케이스는 안 하세요? 애플케어는 안 하세요?라고 끈질기게 설득을 하고, 나는 정면을 응시한 채 '됐. 습. 니. 다.'라고 하는 순간, 도련님이 필름도 살게요.라고 냉큼 말을 채갔다. 순간, 깜짝 놀라 케이스랑 필름 모두 미리 사놨다고 속삭였지만, (알리에서 한 달 전에 샀음.) 네가 붙일 것도 아니면서 가만있어라. 그거 붙이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 며 필름도 2개 다 붙여주세요.라고 했다.
필름값
+138,000
최종 2,478,000원
데이터 마이그레이션까지 하고 나니 저녁이 되었다. 근처 애슐리에 갔는데, 주말이라 대기가 14팀이나 있었다. 평소같으면 기다리지 않고 다른 식당으로 갔겠지만 손에 새로운 장난감을 쥔 도련님은 대기의자에 앉아 만지작거리느라 무아지경이다. 기기를 바꾼 탓에 모든 은행, 페이, 증권 등 수많은 앱 설정을 변경해야 했는데 웬일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척척 해낸다.
도련님이 동의를 구하 듯 말했다.
/좋네. 빠르고.
나는 뒤에서 그를 살짝 (찔렀다)안았다.
//고마워. 잘쓸께.
아무래도 은퇴 시기를 늦춰야겠다.
※ 매장을 나오면서 도련님은 애플 와치가 오래돼서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며 울트라 2를 만지작거린다.
/내 울트라 와치를 오빠가 차고, 그거는 내가 쓸게.
(울트라 와치도 내가 정말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사 옴. 환불하면 헤어질 거라고 협박함.)
//금방 방전된다니까?
/괜찮아. 자주 충전하면 되지 뭐.
//나도 새 거 차고 싶어.
그래. 그럴 수 있지. 이번에 생일선물도 못 사줬는데, 사줘야 하나.
직원에게 내가 가진 울트라 와치 보상가를 물어보니 30만 원이랜다. 이것들이 진짜..
앞서가던 도련님이 뒤돌아보며 해맑게 말한다.
//다음 주에 명동 가서 울트라 2 살까?
은퇴 시기를 더 늦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