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동거시작
iamlitmus
2013. 3. 5. 10:24
등교시간이 긴 둘째 조카가 몇 개월동안 우리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
평생 불 한번 뗀 적이 없는 작은 방에 보일러 온기가 들어가고,
옷방 및 창고 용도였던 물건들이 이리저리 옮겨졌다.
담임한테 내는 설문지를 들여다보니, 질문들이 제법 심오하다.
Q. 선생님께 부탁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적어주세요.
/'일방적이고 단방향적이 아닌, 상호교감할 수 있는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라고 써.
/너무 도전적이지 않을까?
/응. 너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 오호. 이것봐라. 이건 뭐지? 이런거.
/ㅠㅠ
Q. 학비 지원을 받고 싶습니다. 예 / 아니오
Q. 급식 지원을 받고 싶습니다. 예/ 아니오
/왜, 아니오야. 예.에 동그라미 치고, 많이 주세요. 라고 써.
/뭐야..ㅋㅋ
/외고 들어오는데 학비나 급식비 지원받는 애가 있나.
/그치.
맨날 노인네들하고만 있다가
어린 것이랑 이야기하니까 재밌기는 하다.
담날 아침,
조카방 자명종 소리에 온 식구가 깼다.
엄마는 유부초밥 만들어 걷어 먹이느라 난리.
아빠는 첫 날이라 무거운 가방을 들어 준다고 학교까지 함께 등교.
퇴근 길에 다이소에 들러, 조카 슬리퍼랑 몇 가지 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