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

마이너리그[은희경]

iamlitmus 2007. 3. 26. 16:24
영화 '친구'는 걸죽한 부산사투리와 일상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우정과 의리(?)를 다뤘다는 이유로 때아닌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유례를 남겼다. 반면 이책에서 다뤄진 친구들은 학창시절, 우리반에 그런 애들도 있었지. 라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말그대로 친.구.들이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일반적으로 보면 뭘 몰라도 한참 덜 떨어진 이들은 20대를 건너 40대를 훌쩍 뛰어넘어서도 언제나 그 자리인 인생들이다. 변한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이들처럼 일관성있는 우둔함과 어리석음을 고수하는 이들에게는 '마이너리티'라는 불명예스런 훈장만이 주어질뿐이다.

일단, 재밌다. 은희경 특유의 냉소적인 면은 저변에 깔린채 매일매일 우스꽝스러운 일만 벌어지니 책장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넘어간다. 세상을 설렁설렁하게 보다 코피를 쏟아도 그들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신나는 일들은 얼마든지 널려있고, 보고 듣는 것이 기회이고 대박이다. 이런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은 얼마간의 우위에 선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최소한 그들만큼은 아니라는 안도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