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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 또한 지나가리라

iamlitmus 2024. 8. 7. 12:00

요즘처럼 출근할 때 행복하고 퇴근할 때 공포심이 들었던 적이 없다. 

어제 집에 도착했을 때는 손등까지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더라. 

에어컨을 켜기 전 집의 온도는 32도. 리모컨을 손에 쥔 채로 몇 분 동안은 땀 범벅 속에서 숨을 고르지 않으면 안된다.

 

불을 켜서 뭔가를 만들어 먹는 것도 고역이라 간단하게 과일을 먹거나 빵조각으로 떼운다.

미대오빠는 밥을 해주지 않으면 시위하듯 과자만 먹는다. 둘 다 일하고 왔는데 왜 맨날 내가 음식을 해야 해? 평소에는 들지 않던 생각이 요즘에는 항상 튀어 나온다. 버거킹이나 치킨, 피자를 사와도 내가 사가지고 와야 하는데, 요즘 날씨에는 때려 죽어도 못간다. 

뭐 해줄까. 물어도 싫다고만 하면서, 막상 만들어주면 나보다 많이 먹는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밤 12시가 되어도 실내온도는 30도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창문을 열면 훅 끼쳐오는 열기와 습도때문에 다시 닫는다.

미대오빠는 작은방에서 창문까지 닫고 잔다. 평소에도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닌다. 인간이 아니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선풍기 2대로 무장한 채 눕는다. 

에어컨을 켜서 온도를 낮추고 선풍기로 버티다 다시 켜고 낮추고 버티는 짓거리를 밤새 반복하고 나면

내가 잠을 잤는지 깨어 있었는지 분간이 안간다. 

(그냥 에어컨을 켜고 자면 되잖아요.라고 말하는 직원에게 가난이 몸에 배어 차마 그렇게는 못한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입추가 되었고 말복이 지나갈 예정이지만 끄떡없는 무더위다. 처서 정도는 되주어야 아침/저녁 살랑이는 바람을 느낄 수 있겠지.

내 인생에 날씨가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아직 쓰지 않은 소중한 여름휴가를 언제 갈까 생각중이다.

추워졌을 때 가야지. 계획만 세워놨던 후쿠오카 지도를 다시 펼친다.

 

요즘 잠자기 전에 보는 '명탐정 몽크'

14년전 시리즈지만 화질만 살짝 구릴 뿐 내용은 여전히 재밌다.

몽크의 결벽/강박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요즘 책 많이 읽고 있다.

하루에 막 1권씩 독파하고 있다.

소설, 에세이, 잡지, 자기계발, 인문, 건강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출퇴근 때 읽고 있는 '가녀장의 시대' _이슬아

잘 쓰네. 이 사람.

 

갑)회사에서 너희들이 하는 일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아. 줄여야겠어. 통보가 온 뒤로 

아니예요. 저희 이만큼이나 많이 일하고 있는걸요.를 보여주기 위한 자료 만들기에 전직원이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휴가철이라 고객이 자리에 없기도 하고 지난 달 한참 바쁜 업무가 지나간 이후라 너무 한가한거지.

점심시간도 30분 줄이고, 퇴근 시간도 살짝 나중에 나가라는 업무지시까지 내려왔다. 

군말없이 따르는 사람들이 신기할 지경. 나는 원래부터 그랬었기 때문에 달라진 것이 없지만,

시원한 사무실에서 한가롭게 일하면서 월급까지 주시니 저절로 겸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