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토요단상

iamlitmus 2008. 11. 15. 23:47
크리스마스 이브 날 강남역 풍경을 방불케하는
대한민국의 수험생들이 몽땅 뛰쳐나온 대학로는 장관이었다.
좋은 때다.
이젠 눈부신 세상이
너희들에게 활짝 열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겠지.
등이 간지러우면,
어머. 나 날개가 돋아나려나봐.라는 농담도 할 수 있을거야.

친구가 어젯밤 울면서 전화를 했다.
내가 그녀에게 울면서 전화했을때
그녀가 느꼈을 절망감과 당혹감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겠다.
함께 있어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고,
앞으로도 함께 해주지 못하는 내 상황이 답답하다.

살면서 겪는 희노애락을
나름대로 희석하고,
적당한 비율로 섞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
친구야.

돌잔치에 갔다.
매일 결혼식에 가서
완전 어른들만 보다가
내 또래 사람들만 모인 곳에 가니
지나치게 어색하다.
다들 어디 있었던 거니.

고급스럽고, 여유로워 보이는 중간나이대의 부부들과
사립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럭셔리한 연회장에서
아. 나는 이들과 참으로 다른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지방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내서
흙을 밟으며,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게 하고,
TV를 없애고 책을 가까이하게 하고,
좀 더 크면 혼자 여행을 보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부부가 셋트로 한복을 맞춰입고,
다양한 폭죽쇼를 보여주고,
의사가 되라고 칫솔을,
판사가 되라고 판결봉을 양손에 억지로 쥐어주는
이런 사회적인 행사도 해야 하는거였구나.

스타벅스에서
사약같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겉멋든 입맛이라니.

지옥같은 서울을 떠나
다시 조용한 송탄으로 회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