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

<파크 라이프 外 플라워스> 요시다 슈이치

iamlitmus 2007. 3. 26. 16:31
일본 문학은 '사소설'이라 불리우는, 개인적인 일상사를 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크나큰 에피소드도 없고, 어제가 오늘과 다를바없고, 내일도 그럴것 같은, 수업이 끝난 오후의 학교 운동장같은 고요함을 갖고 있다. (물론, 무라카미 류의 화려한 SM 플레이는 예외로 친다.) 때문에, 세심한 감정변화와 주변에 대한 촘촘한 정경묘사에 비중을 둘수밖에 없는데, 이런 특징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작가로는 '나스메 소세끼'이고 젊은 작가로는 '요시다 슈이치'를 들 수 있겠다.

파크라이프.
일본 도심공원을 중심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을 관찰하는 주인공은 전형적인 현대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회사 동료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도, 정해진 선을 넘지 않는 벽을 짓고 있으며, 우연한 만남에 대해서도 어떤 기대감을 갖기 보다는 무표정한 시선을 던질 뿐이다. 상대방이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과연 그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몰두한다.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몇번이고 고쳐 생각한 자신만의 결론에 이르렀을때야 비로소 움직이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립적이면서도 고립된 자아를 투영하고 있다.

플라워스.
동경에 입성한 새내기 부부는 익숙치 않은 생활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알수없는 설레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연히 목격하게 된 회사동료의 불륜현장을 필두로 벌어지는 이해할수 없는 어긋남은 그의 가치관을 순식간에 흔들어 놓게 된다. 분명히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은 낯선 감정으로 가득차 있다. 어렸을적 할머니의 소일거리인 꽂꽂이를 따라 했던 주인공에게 있어 자신의 삶은 이와 마찬가지로 조금씩 아름다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겼기에, 이러한 무형의 질서를 무참히 짓밟는 자에 대한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여진다. 타인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한 현대인들에게 침을 뱉는 주인공의 후련한 몸짓에 내 속이 다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