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

<71년생 다인이> 김종광

iamlitmus 2007. 3. 26. 16:43
다인이는 골수 데모꾼이다. 어른들의 시작에서 보면 빨갱이요, 동기들의 입장에서 보면 열혈 운동가다.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뻗대는 전모씨와 보통 사람인 노모씨가 집안 말아먹듯 나라를 말아먹을때, 학생들은 모두 함께 거리로 뛰어 나갔고, 그 선봉에는 71년생 다인이가 있었다.
박정희시대를 같이 하는 장학사 아버지, 한때 운동권에 몸담았던 엄마, 다른 이유로 다인이와 함께 학생실을 들락거리던 문제아 친구, 다인이를 만난 덕분에 얼떨결에 열성적으로 학생운동을 하게 된 동기, 10살도 넘게 차이가 나는 이복동생 등의 시각에서 바라본 다인이는 단 한가지 모습으로 일관되어진다. 대동제의 무대에 올라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울분을 토해내던 그녀가 세월과 사회의 모서리에 점점 바스라져가는 모습은 알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진행된다. 마치 우리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처럼.

매끄럽거나 세련된 문체는 아니지만, 문장속에 숨어있는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여자이지만, 전형적인 남성적 시각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중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살짝거리며 말장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데다 지나치게 직선적이고 진지하다 싶은 면도 있다. 작가정신. 7천원. 자간 간격과 글자 크기가 지나치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