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감기인 줄
그저께 눈을 떴을 때 목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니 낡은 몸뚱이가 적응을 못한 것이다.
요즘 귀찮아서 비타민C를 몇 번 걸렀더니 바로 티가 나네.
오후가 되자 잔기침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코로나 걸렸을 때 먹고 남은 기침약과 한번 더 다지는 기분으로 판피린까지 털어 넣었다.
몸이 무거웠다.
휴가를 낼까, 아니면 오후 반차라도 낼까 싶었지만 그래도 시원한 사무실에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썼다.
이 와중에 갱년기 증세는 계속되어 갑자기 열이 솟구쳤다가 추웠다가 굿판도 이런 굿판이 없다.
물넣고 얼린 고무장갑으로 두들겨 맞는 기분이다. 묵직하게 쑤신다.
점심때 연달아 약을 털어 넣고 엎드려 눈을 감았다.
아무데서나 잘 수 있는 나의 능력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30분 정도만 잤는데도 가뿐하다.
오늘은 본가에 가는 날.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엄마는 자기가 먹던 약을 한움쿰 주겠지.
엄마는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한테 약을 많이 처방해달라고 한다.
보통은 3일치를 지어주고 다시 오라고 하는데, 이 내과는 아주 세게, 많이 처방을 내려줘서 동네 노인들한테 인기가 많다.
기침을 할 때마다 머리가 울린다.
오랜만에 아파본다. 1년에 한 두번 아플까 말까인데.
움직이기 힘드니 말 하는 것도 힘들지만 괜시리 차분해져서 나름 괜찮다.
미대오빠로부터 병원에 가라는 톡이 왔다.
안그래도 쌩한 성격인데 아프기까지 하면 곁에 오지도 않을 것이다.
1층에 있는 내과에 갔다. 요즘은 신분증이 있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모바일 건강 보험증이 있으면 가능하다.
열을 쟀더니 38도. 의사가 괜찮냐며 깜짝 놀란다. 힘들긴 하지만 참을 만 해요. 목소리가 점점 변조체가 된다.
요즘 코로나 유행인거 아시죠? 마스크 쓰시고.
일부러 주사 놔달라고 해서 맞은 뒤, 3일치 약을 받았다.
날씨때문인가 열이나서 그런가.
집에 가는 동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몇 십년을 겪은 여름인데도 해마다 새롭고 놀랍다.
서랍 깊숙히 처박혀 있던 진단키트를 찾아 코를 쑤신 뒤 테스트했다.
결과는.
덕분에 주말내내 약먹고 아주 잘 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