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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갱년기가 시작되었다

by iamlitmus 2022. 9. 16.

5년전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이후로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있다. 자잘한 근종 몇 개가 생기기는 했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폐경이 되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폐경이 되면 매달 겪는 고난이 사라져서 좋을 것 같지만 대신 갱년기라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게 되는데 최근 이에 대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체온조절 오류

원래도 열이 많은 편이었고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이었지만 이번 여름은 몹시도 힘들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열이 확 오르고 땀이 미친듯이 났다. 나중에는 집중을 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순식간에 열이 뻗쳐 올랐다. 자다가도 열이 올라 몇 번이고 잠이 깨기도 했다. 

 

감정조절 실패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말이나 상황에 대해 거슬림을 참지 못하고 미운 말을 내뱉게 된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쓰지만 미운 사람도 많아지고 서운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나갔다. 가만히 있다가 벌컥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름 꾹꾹 눌러대다 터지고 만다. 그럴 수록 후회도 많아지고 내상은 점점 깊어져갔다. 베키를 타고 다닐 때도 거지같이 운전하는 자동차들과 싸우느라 진이 빠진다. 

 

만성피로

운동을 하지 않는 탓에 체력점수가 빵점이었지만 조금만 무리하거나 외출을 하게 되면 금새 피로가 몰려왔다. 점심시간때 잠깐이나마 눈을 붙이지 않으면 오후에 일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비타민과 홍삼 등 별의별 약을 먹어도 그닥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과 만나는 일 조차도 너무 피곤해서 거의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 어쩌다 외출을 하게 되도 2군데 이상 가게 되면 녹초가 된다. 

 

갱년기비만

자그마치 8킬로나 체중이 불었다. 최근 체중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지경에 이르렀다. 맞는 옷이 없어지고 너무 꽉 끼어 편한 옷만 입게 되니 더욱더 살이 찌고 말았다. 식사량을 줄이고 샐러드나 과일 위주로 먹어도 소용이 없다. 운동을 한답시고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하지만 또 순식간에 열이 올라 너무 더워 기절할 것만 같다. 

 

불면증

갱년기 증세 중의 하나가 불면증이라는데 다행히 내게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잠이 더 많아 진 것 같다. 원래도 수면 품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수면앱 리포트를 보면 요즘은 깊이 잠들고 있다. 대신, 살이 찌기 시작한 이후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면 잠을 못잤었는데 이젠 내가 엄청난 코골이를 하고 있다. 살이 빠지면 괜찮아지려나. 

 

오늘 병원에 간 김에 이러한 증세를 말하니 의사 선생님은 다 안다는 듯이 끄덕이셨다. 이제 호르몬약을 먹을 때가 된 것이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호르몬 결핍에 먹는 약을 처방받았는데 유방암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먹으면 안되기 때문에 두 달 뒤에 초음파를 한 후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나이가 먹으면 나타나는 증세이고 내 힘으로 어쩔 수는 없기에 그닥 당황스럽지는 않은데 어쨌든 약을 먹게 되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같이 병원에 간 미대오빠는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거라는 말을 듣고 나보다 더 좋아한다. (배고파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빵을 먹자고 하길래 내가 아주 짜증을 제대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