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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진상진영

by iamlitmus 2007. 12. 30.
한강 잠원지구에 있는 ON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창 밖으로는 한남대교와 동호대교의 네온이 넘실대고, 저만치 남산도 보이고.
보통의 연인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기 딱 좋은 분위기인거죠.

오다기리 조도 11살 어린 여자애의 품에 안겨버린 지금,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밤 9시 30분에 잠들어버리는 제가
이런 분위기에 빠져들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 2명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몇 번이나 대화가 끊어지더군요.

직원을 불렀습니다.
/저 사람들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해주세요.
여직원은 동그랗게 눈을 뜨더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앞에 앉은 일행도 놀란 표정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왜요? 대화를 할 수가 없잖아요.
/안 본 사이에 무지 까칠해졌네요.
/까질한게 아니라 기본 에티켓이죠.

한참이 지나도 아무 변화가 없었고, 그들은 여전히 큰 목소리로 떠들었습니다.
/저분들에게 말하기가 뭐하다면, 저희가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바꿔주세요.
/아..다른 곳에는 자리가 없어서요. 지배인님이 곧 오실 겁니다.

잠시 후, 주위는 조용해졌고, 다시금 낭만이 흘러 넘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무려 15만원이 넘는 코스요리였지만, 연어샐러드에서는 비린내가 났고, 스테이크는 질겼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원두커피는 장희빈의 심정을 느끼게 할 참이었는지 사약 수준의 탄 맛이 났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에 맞춰, 순식간에 온 세상이 흰눈으로 덮여 갔습니다.
무한도전팀과 이순재 아저씨가 연예대상을 탔고, 영화 '괴물'이 재방송되고 있었습니다.
20세기 소년 18권에서는 죽었던 친구가 부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