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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추격자

by iamlitmus 2008.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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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홍진      배우: 하정우, 김윤석

19세 미만이라는 제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3일만에 200만 관객을 가뿐하게 넘어선 '추격자'에 대한 관객들의 평은 칭찬일색이다. 두 배우의 열연이라던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촘촘한 구성력이라던지에 관한 입소문은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호재와 겹쳐 대박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9월부터 23명의 노인과 출장안마사 등을 살해한 유영철의 살해동기는 불우한 환경을 야기시킨 사회에 대한 불만과 여성혐오증이었으나, '추격자'의 범인은 자신의 성불구에 대한 대리적 분노표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일면과 함께 불특정다수에 대한 범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추격자'는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던 대다수의 관객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영화에서 가장 잔혹한 죽음을 당한 미진은 김윤석이 운영하는 보도방에서 일하고 있다. 7살짜리 딸과 살고 있는 그녀는 감기몸살로 운신도 못하면서도, 김윤석이 악악대며 다그치자 손님인 하정우를 만나기 위해 망원동으로 향한다. 미진의 딸은 그 이후로 영화의 감정선을 쥐어 짜는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감독이 설정한 아이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짜증이 났다. 어린 딸을 떠올리며 망치에 머리 맞아 죽는 미진의 모습이나, 미진의 죽음을 알고 헤메이다 병원신세까지 진 여자애를 보며 복수의 화염을 불태우는 김윤석, 아. 뭔가 찡한 꺼리가 필요한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그래, 아이를 하나 넣어보자. 싶어 결정한 것 아닐까 싶은 거다. (병든 노모로 설정하지 않은 것만도 감사해야 할까나)

한국판 본 시리즈다 싶을 정도로 영화 전반 내내 뛰어 다니는 김윤석의 연기는 좋았다. 거칠고, 분명한 감정표출, 전직 부패형사였다가 보도방 사장으로 전락한 쓰레기라는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든 점은 인정하지만, 왠지 모르게 '송강호'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쾌거는 하정우의 발견이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또라이끼는 '박해일'과 더불어 다중인격자 연기의 베스트 반열에 오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