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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아는 여자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 장진 출연: 정재영, 이나영

장진.식 코메디는 유치하면서, 어색한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면서도 할말은 다 하는 뻔뻔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주성치 영화가 극단적으로 양분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진 또한 그러하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장진 감독이 갖고 있는 저력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강한 아우라를 드러냈던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순수함과 귀여움은 그의 숨겨진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젠 CF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보다 연기자.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된 이나영 또한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매력을 모조리 보여주고 있다. 연기력은 제자리인 채, 얼굴만으로 밀어붙이는 김희선의 계산된 연기가 아닌, 도대체 언제쯤 섹시코드에서 벗어날 작정인지 궁금한 전지현의 오버 연기가 아닌, 마치 그녀가 주인공 자체인 것(장진은 처음부터 이나영을 염두에 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기막히게 예쁜 이나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녀가 정재영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모든 관객들이 완전히 쓰러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저력은 시나리오다.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궁상 떨지 않기란 쉽지 않은데, 덤덤하고 조용하게 읊조리면서도 5분마다 밝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장진의 말재간은 놀랍기만 하다. 뻔한 결말과 복선들이 여기저기에 묻어나기는 하지만, 결코 허술하다거나 엉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또한, 주인공들 이외에 등장하는 연극적 분위기의 조연들 연기도 감칠맛 난다. 둘째, 악인이나 불행한 사건이 없는 행복한 스토리다. 시한부 인생 환자와 정재영의 챠트가 바뀐다는 것이 가장 큰 줄기이면서도 사건이 되는 정도다. 마지막으로 정재영, 이나영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솔직한 사랑은 '내 멋대로 해라'처럼 비장감이 느껴지는 운명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이 아닌,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 분명히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