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 장풍 대작전

감독 : 류승완 출연: 류승범 외 TV에서 자주 본 사람들

'죽거나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은 류승완 감독의 역작(^^)이라 할 수 있겠다. 마루치, 아라치라는 유치한 발상과 어설픈 7선 도인들이 등장해서 우습지도 않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느라 힘겨워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다음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인트로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무술동작을 하는 인물 애니메이션과 경쾌한 배경음악이 어우러져 안그래도 뭔가를 기대하고 있던 관객들의 흥을 한껏 돋궈낸다. 그러나, 하일라이트 장면이라 할수 있는 종반부의 격투씬에 이를때까지는 코메디와 말장난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허술한 스토리라인의 헛점이 쉴새 없이 드러남과 동시에 어설픈 3D 효과가 만들어내는 유치함은 전체적인 영화 평점을 무자비하게 깎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밀착 격투씬이다. 맞아 본 놈이 때릴 줄도 안다고, 감독 자신이 무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까닭에 치밀한 합과 근접촬영으로 인해 생생한 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류승범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날렵함은 그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June'이라는 cf로 단박에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따낸 윤소이는 김희선과 전지현등과도 비슷하지만, 라이브의 여왕 김미연을 가장 많이 닮았다. 영화 설정상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웃는 얼굴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고, 계속 짜증만 부리고, 화만 내니, 보는 사람도 지겨워진다.

이 영화의 조연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조폭 두목으로 나온 인물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대악을 표현함에 있어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반부 즈음, 무술을 연마한 류승범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를 패주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복수를 관객을 대신해서 풀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처럼 무거운 영화가 부담스러운 관객들에게는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고,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쌍절곤을 어설프게 휘두르는 것이 아닌, 싸움은 이렇게 하는거야.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따지지 말고 보자. 재밌는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