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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 홍상수 출연: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깐느의 '지루하다'라는 평은 이 영화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큰 사건이나 갈등도 없고,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것도 아닌,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을 훑어나가는 방식은 허리우드 액션에 길들여진 서구적 시선에서는 충분히 예상되는 반응인 것이다. 단지, 섹스신이 볼만했다는 덧붙임은 그들이 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얼마나 잘못 짚어내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물론,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며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본 친구는 아예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세 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의 추악한 속물근성과 어리석은 관계에 대한 시니컬한 시선만은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자기합리화를 위해 뻔한 구실을 갖다 대면서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는 군상의 모습들은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겠지만.

187cm의 훤칠한 유지태가 생각없이 살이 찌면, 얼마나 흉물스럽게 변할 수 있는지도 목격할 수 있다. 지식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표면에 내세우면서도, 이에 반하는 그의 행동들은 너무나도 쉽게 혐오감을 자아낸다. 자신에게는 지극히 너그러우면서도, 타인에게는 절대적 순수를 강요하는 김태우 또한 모양만 다를뿐인 허구적 사랑을 보여준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인 성현아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무수히 많은 남자들에 의해 인생을 좌지우지 당하는 등신같은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분해하면서도 자신을 원하는 남자에게는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한다.

영화가 종반에 다가갈수록 드는 생각은, 도대체 감독은 마무리를 어쩌려고 이러나.싶은거다.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는 갑자기 뚝. 끊어지며 엔딩크레딧을 올려 버린다. 관객들은 당황하여 뭐야.뭐야. 수군거리며 엉거주춤 일어서고, 이 영화의 실패는 너무나도 분명해지고 만다. '생활의 발견'의 반만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