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발견

제인 오스틴 북클럽

by iamlitmus 2008. 2. 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을 무조건 무시한다는 점이다. 쭉쭉빵빵 모델들이 자랑스럽게 잡지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은근한 경멸을 감추지 않기도 한다. 도서관이나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이들 또한 이들이 경시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예쁘게 포장된 하드커버지에 큼직한 활자로 채워진 출퇴근 용 베스트셀러를 읽는 이들을 보며, 차라리 신문을 읽어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나 또한 이런 부류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 그랬었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제인 오스틴을 숭배하는 이들로 구성된 토론클럽이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 이혼한 중년의 도서관 사서와 레즈비언 딸, 결혼 경력 6번의 생기발랄한 할머니, 개 브리더를 하는 중년의 미혼여성,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하는 벤처기업가로 구성된 북클럽은 한달에 한 권씩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은 뒤 함께 모여 토론을 한다. 각각의 다른 생각들을 인정하고, 때로는 반론하는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이 잔잔하게 진행된다. 지극히 여성적이라고 여겨졌던 제인 오스틴의 색깔은 실제로 인간관계에 대한 직선적인 시선을 제시하고, 닫혔던 마음을 소통케하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된다.

특별한 사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이야기지만, 남몰래 숨겨왔던 상처와 굳은 마음을 천천히 열게 하는 잔잔하면서도 어른스러운 영화였다. 책을 읽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