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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집 나갔던 열정이 돌아왔다

by iamlitmus 2021. 6. 29.

출근할 때마다 단지 내 테니스장에서 강습받는 사람들을 지나친다. 추운 겨울날 어린 초딩이 라켓을 들고 뛰어다니다 안보이기도 하고, 중년여성이 화려한 옷을 입고 공만 주으러 다니는 것을 보다보면 벚꽃이 피고, 지고 시간이 지나갔다. 

 

6개월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끝낸 참이어서 스스로 몹시 지쳐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프로젝트를 고르는 기준은 쉽고, 편하면서도 오랫동안 보상이 주어져야 했다. 모든 일이 다 똑같다고 생각했고,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열정을 갖지 않으려 주의했다. 

 

올해 초부터 체구가 작은 여성이 테니스를 시작했다. 라켓만큼 가느다란 팔을 휘저으며, 사막쥐처럼 우왕좌왕 하는 모양새가 어설펐다. 추운 날, 포장재처럼 두툼한 옷을 입고서 도도거렸던 그녀를 봤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일순, 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돋보이는 테니스복을 입고서 팡.팡 신나게 공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내심 놀랐다. 달력이 후루룩 지나가며 주인공이 점점 달라지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거진 6개월여만에 저렇게 성장할 수 있구나. 말로만 듣던 노력과 끈기를 가지면 저렇게 할 수 있는거였어. 

 

프로젝트가 결정되었다. 사전미팅을 하고, 자료를 받아 분석을 했다. 전혀 몰랐던 분야였고, 몇 번을 읽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잘못 골랐나.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어쩔 수 없이 매일 조금씩 관련 자료를 찾아 연결을 하다보니 전체적인 내용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잘난 척이 주는 기쁨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별 거 아니네.라고 했던 것 처럼 뭐야 쉽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사랑산악회 구호처럼 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새 팔짱을 끼고 있는 내가 되시겠다.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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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자료 내용이 변경되었다. 양도 몇 십배 늘었다.

미루기 신공이 필요할 때이다.

미대오빠한테 놀러 나가자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