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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킬빌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우마 서먼 외

/2003년 최고의 영화예요.
감격하는 호사가를 너무 믿었던 것이 오산이었다. 그와 나는 영화에 관한 취향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초대권으로 봤으니 망정이지, 돈 주고 봤더라면 하루정도는 억울했을것 같다.

일단, 가장 화가 났었던 점은 이 영화가 시리즈 물이라는 것이다. 4명을 죽여야 하는데 2명만 달랑 죽여놓고는 2004년 봄에 만나요.라는 글자가 뜨자 모든 관객들은 잠시 숨을 멈춘듯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처럼 한 작품은 끝내놓고 시리즈를 만들던가 해야지, 이렇게 스토리 중간을 잘라 먹으면 어쩌란 말인가.

둘째, 주인공인 우마 서먼이 결혼식장에서 총을 맞게 된 이유는 꽁꽁 숨겨놓은 채 무조건 죽이고 찌르기만 한다. 2탄에서 알려주겠다는 심보같은데, 하나도 안 고맙다. 또한, 감독은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에 대해 엄청난 환상과 동경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우마 서먼에게 이소룡의 노란 츄리닝을 입혀 놓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격투신은 칼싸움이다. 여기에서 의문점. 일 대 50명정도와 싸우는 우마 서먼은 신도 벨 수 있다는 명검을 얻지만, 어찌하여 총을 가져 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이다. 상대편도 마찬가지이다. 단 한명도 총이 없다. 야쿠자라고 해서 칼만 쓰란 법이 있단 말인가?

셋째, 다른 영화에 비해 음향 효과에 공을 들였는지,  목이 뎅겅 날아가는 부분이나, 팔이 뚝 잘려 나간 뒤, 피가 푸아아아~ 튀기며 쏟아지는 소리가 너무나 리얼하다. (칼이 등 뒤로 뚫고 나오는 것은 애들 장난 수준이다.) 올드 보이에서 어느정도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퍽퍽 때리고 맞는 소리를 2시간 내내 듣다보니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단락으로 나눈 부분에 따라 다른 기법으로 보여주는 다양성, 스피디한 전개, 독특한 캐릭터, 실험적인 테크닉등 관객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망하면 그만이고. 잘되면 다행이고, 처럼 감독이 만족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별10개중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