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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11월 1주차 근황일기

by iamlitmus 2022. 11. 4.

집에 큰 우환이 있었다. 사건 당일은 너무 화가나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1주일이 지나도 분노는 사그러지지 않았다. 2주 정도 되자 가끔 웃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이미 지난 일이라 생각하고 가능한한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이젠 분노가 아닌 짜증이 밀려온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다 귀찮다. 

 

이 와중에 부모님 집을 수리했다. (집을 수리하는 와중에 문제가 터진 것일 수도) 23살짜리 아파트를 고친다는 것은(게다가 살림이 잔뜩 들어차 있는 채로) 전쟁이 나면 이럴까싶은 혼돈을 가져왔다. 이 모든 것을 헤쳐나간 것은 아들이라는 존재였다.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방산시장에 가서 고르고, 협상하고, 주문하고, 설치하고, 고치고, 치우고, 버리고. 약 2주동안 아들의 활약은 눈부셨고 눈물겨웠다. 이래서 아들, 아들 하나보다.

 

안노 히데아키: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 | 왓챠

에반게리온은 내게 있어 성경책을 읽는 것 같다. 누구는 누구를 낳고 시리즈를 읽다가 포기하는 것처럼 신지가 맨날 울다지쳐 정신을 잃을 때쯤 저도 모르게 각성하여 1분 안에 사도를 물리치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 1분을 위해 59분동안 신지의 징징거림을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안노 히데아키의 세계관도 도대체 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이 다큐는 극장판 3편에 이어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끝내는 작품을 만들면서 찍은 다큐이다. 

 

리모컨만 틀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얼마나 고되고 말도 안되는 스트레스로 만들어지는지 그 지난한 과정을 볼 수 있다. 순수한 소년같으면서도 자비심이라고는 1도 없는 안노 히데아키의 작업방식은 전세계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이들을 절망과 혼란으로 가득찬 지옥으로 내동댕이친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안노 히데아키를 온전히 기다려주는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안노 히데아키를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 댓글 퍼레이드가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팬들의 애증은 잔인했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히데아키는 모든 것을 멈춰버리는데 이런 그를 다시 일으켜세운 이는 아내였다. 모두가 등을 돌려도 옆에 있어주겠다는 말은 누가 들어도 든든하지 않겠는가. 그녀 덕분에 에반게리온이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같은 안노 히데아키.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다.

 

호떡이랑붕어랑

붕어빵이 이런 맛이 날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준 곳. 낙산에 갔다가 우연히 지나치다 사먹었는데 한 입 베어물고서 깜짝 놀랐다. 반죽에 무슨 조화를 부렸길래 이리 바삭할꼬. 엄청 젊은 언니가 쉴새없이 구워내는데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중심가에서 팔면  3개에 2천원. 현금으로 사면 4개 준다. 종류가 많은데 단팥이 제일 맛있는 듯.

 

 

호떡이랑붕어랑 : 네이버

방문자리뷰 34 · 블로그리뷰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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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구경하러 급히 간 낙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왓챠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자그마치 28년전 작품이다. 분명 봤던 기억이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보는 내용과 배우들이어서 당황했다. (이래도 되는거야 싶게 수위가 높아서 또 당황) 홍상수가 생각하는 현실(특히, 예술인들)은 구질구질한 주제에 수치심도 모르는 비루한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홍상수 영화에 대해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지도 모르겠다. 단역으로 출연하는 송강호, 슈룹에서 권모술수의 대가 영상대감으로 출연중인 김의성의 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베키 시트 교체

슈퍼커브의 기본 시트는 딱딱해서 1시간 이상 타기에는 무리가 있다. 라텍스 시트로 교체한 뒤 훨씬 푹신해져서 피로감이 전혀 없다. 커버까지 다해서 11만원에 교체 완료.

멋지다 베키
1시간만에 완성된 시트

 

 

용헌시트 : 네이버

방문자리뷰 5 · 블로그리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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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 아니 에르노

노벨 문학상 받았다고 해서 읽었다

 

개인적인 기억의 뿌리와 소외, 집단적 억압을 드러내는 용기와 냉정한 날카로움
-한림원,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중에서

누구에게나 어머니의 존재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딸과 엄마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꽁꽁 묶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자는 등단 초기부터 픽션을 거부하고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작품을 써왔다. 이 책 또한 어머니의 일생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제3의 시선으로 구술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라기 보다는 대단히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 천천히 스러져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신 또한 그렇게 될 것임을 알지만 결코 두려워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 들일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