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11월 4주차 근황일기

by iamlitmus 2023. 11. 24.

금요일은 최고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행복해진다. 금요일이다. 왜 신에게 감사하는지 알 것 같다. 

/오늘 오빠 월급날이지? 좋겠다. 이제 어머님 밥솥 살 돈 생겼네?

/좋긴 뭐가 좋아. 너보다 적게 버는데.

/오빠. 내가 항상 그랬지. 남이랑 비교하지 말라고. 남이 얼마를 벌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오빠는 정직원이잖아. 난 일용직이고. 비교할 걸 비교해. 

/그럼 통장에 있는 돈 써도 돼?

/오빠. 내가 항상 말했지. 통장에는 돈이 없다 생각하라고. 그냥 우리는 돈이 없다. 그래서 열심히 벌어야 한다. 그 생각만 하라고. 

/돈이 있는데 어떻게 없다고 생각해?

/너 바보냐? 

 

출입구에 누군가가 붙여 놓은 종이가 있다. 옥상에 깨진 유리조각과 각목 등을 버린 주민이 있는데 알아서 치워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사를 가면서 버린 건지, 인테리어를 하면서 방치한건지 모르지만 옥상에 버리다니. 일제시대 이완용 같은 ㅅㅂㄱㄷ

/내가 옥상에 있는 쓰레기 치웠어

/왜?

/그냥 재활용 버릴 때 치우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출입구 종이에 써놨어. 내가 치웠다고.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미대오빠의 본가 아파트 재활용 버리는 날이 되었다. 유리 쓰레기가 날카로워 위험하기도 하고 무거워서 베키로 날라 주기로 했다. 내가 먼저 가서 단지 입구에 내려놓기로 하고 미대오빠는 뛰어가기로 했다. 부다다다 달리는데 저만치 미대오빠가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 붙어서 뛰엇! 소리치자 재활용 박스를 잔뜩 든 채 속도를 높여 뛰어 가는데 세상에. 너무 웃겨서 핸들을 놓칠 뻔했다. 

 

아침부터 진짜

회사 공유공간에는 공용머그컵이 있어서 사용했다가 갖다두면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거나 직접 씻어서 배치해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회용 종이컵을 쓰는 직원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집에서도 종이컵을 주구장창 쓰는 미대오빠가 생각난다고 했더니 벌컥 화를 낸다. 
/거기서 왜 나를 또 갖다 붙여. 
/종이컵 아까운 줄 모르고 탁탁 쓰니까 오빠가 생각난거 아냐
/그니까 왜 내 이름이 거기서 나오냐구.
 
출근 준비를 하는데 방을 닦고 있던 미대오빠는 한구석 싸놓은 짐가방을 보고는 부아가 치밀었는지 도대체 언제 치울거냐고 잔소리를 한다. 안치우면 버릴 거라고 하는데 순간 성질이 뻗쳤다.
/시간을 줘야 할 거 아냐. 치울 시간을. 다 쓰는 물건인데 버리긴 뭘 버려. 내가 알아서 가져갈 거니까 그만 좀 해
/.................
 
가뜩이나 아침이라 정신없고 분주한데 열이 확 오른다.
/아..더워.
/네가 나한테 화내니까 덥지
빡치는데 웃음이 나서 당황했다.
 

빈정 상해

집에 가는 길 억만이는 퇴원하는 유치원생들에게 둘러싸여 인기를 만끽 중이다. 백만이는 박스안에 누워 있다  내 손에 든 츄르를 보자 나왔다. 먹는 동안 머리를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길래 이제 좀 낯을 익힌건가. 했는데 다 먹자마자 손을 피해 멀리 물러 앉는다. 이런 구한말 친일파같은 얍샵함이라니. 순간 정이 떨어졌다. 

정면으로 보면 눈이 모여 훨씬 억울하게 생긴 억만이
밝은 곳에서 보면 훨씬 더 예쁜 오드아이 백만이. 정말 경계심이 많다.

 

뻘짓거리

웹사이트에는 노출이 안되지만 모델명을 직접 입력하면 해당 모델이 노출되여 상세화면에 진입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제품 정보는 몇 개월 째 확인을 해주지 않은 상태였는데 어제 갑자기 제품 이미지가 잘못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돼지가 작업을 하고 컨펌 프로세스만 진행한 나로서는 원래 뭐가 맞는지 모르는데, 운영에서 보이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 누가 그 복잡한 영문명을 직접 입력해서 검색하겠는가 싶었고 관리자 화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중간 담당자는 안절부절하며 제품을 삭제하자고 했다. 제품 상태를 삭제처리하면 복구하기 어렵고 설사 된다고 해도 저장이나 승인이 나지 않게 된다.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쫒아온 담당자가 이미지라도 다 삭제하면 안되겠냐고 애걸했다. 뭘 저렇게 까지 쩔쩔맬까 싶었지만 그래, 네 마음이 편해진다면 해주지. 검색해도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개발팀에 요청했지만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내일 당장 그만두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 
 

이상하다

걸을 때마다 오른쪽 밑창만 슬금슬금 뒤로 밀려나온다. 몇 번 고쳐 신으면서 본드로 붙여야 하나. 고민 중. 걷는 모양새가 잘못된건가. 
 

혹시?

어젯밤 미대오빠가 똥꿈을 꿨다. 100원을 주고 꿈을 산 뒤 점심시간에 복권을 구입했다. 미대오빠가 돈복이 많으니까..생각하다 어제 일어난 일이 생각났다.
 
합정집 인터넷을 갱신한 후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요금을 확인하다 10만원 정도가 더 빠져 나간 것을 발견했다. 고객센터 문의 결과 단말기 반납을 하지 않아 부과되었다고 한다. 최초 신청 당시 AI 단말기를 받았었는데 거의 쓸모도 없고 자리만 차지한다며 미대오빠가 버려버린, 그 단말기였다. 갱신할 때 받은 새로운 단말기는 쓸만해서 '짱구야, 라디오 틀어줘' '짱구야, 조용한 노래 틀어줘' 등으로 잘 사용중이다. (웨이브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전곡을 들을 수는 없지만, 노래가 자주 바뀌어서 더 좋다.) 
화가 났지만 당사자는 더 빡치겠지 싶어 아무말 하지 않았다. 
(인터넷만 신청해서 1만 6천원 정도 내고 있다. TV는 거의 보지 않아서 미신청. 스마트TV여서 LGTV로도 거의 다 볼 수 있다.)
 

네이버 클락2. 99,000원이 부과되었다
네이버 클락3. 꽤 쓸만하다.

 
 

건강보험 조정

프리랜서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납부해야 한다. 매년 11월이면 당해 5월에 신고한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되는데 지금은 해당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는 해촉증명서를 제출하면 조정을 해줬었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법이 바뀌어서 무조건 종합소득세 기준으로 부과가 된다. 작년 11월에는 1년 유예기간을 줘서 조정을 해주고, 이듬해 종합소득세 금액과 비교하여 한꺼번에 조정신청을 받기로 했었다. 오늘 확인해보니 약 40만원 정도 토해내야 한다. 지역보험료도 올랐다. 그래도 몇 백만원 낼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선방했다.
 
어제 읽은 책.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 걸(손화신)
운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느낌을 적은 책. 여성 운전자가 소형차를 몰고 복잡한 서울 시내를 다니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 치열한 주차 전쟁은 어쩔 것이며, 사슴눈을 가진 카센터 사장님에게 바가지 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이 주는 커다란 기쁨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스무살 초반에 면허를 취득했다. 당시 영업부에 근무할 때 티코/프라이드 수동을 운전하고 다녀서인지 스쿠터 수동을 몰 때도 그닥 힘들지 않았다. 지금은 자동차가 없어서 거진 10년 넘게 운전대를 놓았지만 베키를 타고 다니면서 운전에 대한 감각은 놓지 않았다. 외국에 나갔을 때도 스쿠터를 빌릴 때가 있는데 2종 소형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가능한 나라가 있다. 3일 만에 속성으로 취득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약 45만원 정도 든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합정 근처에는 없어서 셔틀타고 경기도 파주까지 가야 한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2023.11.21.

월요일은 확실히 고되다. 미대오빠와 만나서 퇴근하는데 밥 차려서 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싫은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엄마랑 살 때가 좋은거였어. 집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것만 딱 차려져 있고. 
합정역 근처에서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고깃집, 중국요리, 백반, 김치찌개, 햄버거, 카레. 그리고 돈까스. 
 
성북동왕돈까스  남산돈까스 스타일. 얇고 크기가 크다. 미대오빠도 별 말 없는 것을 보면 중간 이상은 간다는 의미다. 스프를 주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집에 가는 길에 억만이/백만이에게 츄르를 줬다. 억만이는 먹을 거만 주면 머리를 만지던지 말던지 상관안하는데 백만이는 저만치 멀리 앉아 있다. 여우 같은 것. 입에 갖다 바칠 때까지 예쁜 오드아이로 쳐다만 본다. 카페 사장님이 사료며 캔이며 배불리 먹여주니 아쉬울 것이 없겠지.
 

정식에는 함박과 생선까스가 포함되어 있다

 
금요일에 저녁 모임이 있다. H은행 플젝을 할 때마다 함께 일했었던 N팀장에게 줄 선물을 샀다. 민음사 인생일력은 작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매일 영수증 정리를 하면서 글귀를 읽고 있다. 내꺼 하나 사고 괜찮길래 하나 더 샀다. 

2024 민음사 일력 16,000원

 
황현필의 한국사 평생 일력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요일이 적혀 있지 않아 매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해당 일에 일어난 한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매일 읽을 수록 열받겠지만. (ex. 12월 16일 이순신 전사)
 
엔화 환율이 좋아서 틈나는 대로 환전을 하고 있다. 원래는 교토나 오키나와를 갈까 했는데 요즘은 일본 소도시 여행에 관심이 간다. 꼭 가보지 않아도 구글 지도를 찾아보며 즐겨찾기를 하는 것으로 갔다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즐거워지고 금새 지치는 J형이다. 
 
어제 읽은 책. 아무튼, 정리 (주한나)
내용은 성인 주의력결핍증후군이어서 정리를 잘 못한다. 그래도 잘 산다. 류의 내용이다. 책보다는 저자의 이력에 관심이 끌린다. 어렸을 적 남아공으로 이민갔다가 영국으로, 미국으로 재이민을 가서 현재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구태의연하고 나른한 일상에 자극을 주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