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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사는 법 인터폰이 울렸다. 1층 현관의 모습과 함께 아빠의 모습이 비쳐들었다. /차 어디다 놔뒀어? 아무리 찾아도 없다. 10여일전 지숙네 집인 양평에 가느라 차를 썼었는데 정확히 어디에 주차를 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지하..3층 쯤일껄? 잠시후 다시 인터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너 차 어디다 둔거야? 아빠가 못 찾잖아. 결국 직접 내려가서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샅샅이 뒤져도 고물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어허..이럴수가.. 최근들어 부쩍 심해진 건망증 때문에 혹시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곰곰히 생각을 해봐도 지난 일주일간은 학교에서 하루종일 지냈기 때문에 차를 쓴 적이 없다는 데에 확신을 걸었다. 이제..혐의는 아버지에게로 옮겨갔다. /아빠, 마지막으로 차 쓴게 언제야? /나 안썼다. .. 2007. 3. 26.
발가락이 닮았다 오늘만해도 2번이나 아버지랑 다투었다. 요즘들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책의 반납기한일이 오늘이었다. 패기좋게 빌려놓고 한권도 마저 읽지 못한 나의 게으름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고, 30분을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고 15분이상을 걸어 학교도서관에 간다는 것도 너무나 귀찮았기에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그러나..지하1층부터 3층까지 휘돌아쳐도 차는 보이지 않았다. 인터폰을 눌렀다. /42평짜리 주차장에 있다. /뭐라구? 그게 어디야? /42평짜리라니까... /도대체 어딜 말하는거냐구.. 뚝..끊김...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전화를 걸 때도 자신의 할말만 하고 끊어 버린다. 내려올줄 알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저만치 보이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는 움직일줄을 몰랐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버지는 TV바둑을 보고 계셨다.. 2007. 3. 26.
문창과 수업 발표 이제까지 꿈꿔왔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시오. 그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들어온 그의 얼굴은 몹시도 지쳐보였다. 매달, 마감을 치룰 때마다 그는 힘겨워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꺼이 행복해했다. 정오가 훨씬 지난후에야 그는 모습을 나타냈다. 언제나 단정하게 손질되어 있던 그의 머리는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었고, 몹시도 구겨진 파자마는 그의 잠버릇을 짐작케 했다. 그는 거실에 앉자마자 TV스위치를 켠다. 기계치인 그에게 유일하게 친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TV 리모컨이었다. 그는 쇼핑 채널도 좋아한다. 아마도 그는 쇼핑호스트들의 능수능란한 언변에 놀아나는 유일무이한 남자일 것이다. 그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뜨거운 것을 싫어하고 신김치만 좋아하는 그의 식성을 맞추기란 .. 2007. 3. 26.
9월28일 학교가는 버스를 탔다. 운전기사가 앞차 기사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차에 못 내린 어린애가 타고 있다는데..혹시 있어?' 전화를 끊고 난 기사는 뒷좌석에 앉아있던 한 여인에게 다시 한번 재차 확인을 했다. '아줌마..진짜 아이가 안 내린거 맞아요? ' 그때, 한 아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기사에게 매달리듯 질문을 했다. '아저씨..다리미테서..내리려면..어디서 ..여기서..내려야..하나요..' 어눌한 그 아이의 말투는 언뜻봐도 정상이 아님을 말해주었다.엉거주춤 일어난 여인도 뒤따라서 무슨 말인가를 하는 것 같은데, 운전기사가 신경질을 내기 시작하자 너무나 당황한탓에 더더욱 말을 더듬어댔다. 기사는 차를 세운뒤 그들을 내리게 하고는 황급히 차를 출발시켰다. 뒤이어 버스안의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떠..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