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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요즘 시청일기

by iamlitmus 2022. 8. 15.

아-하: 테이크 온 미(왓차)

중학교때 책받침 코팅을 할 정도로 아하를 좋아했었다. 지금 보면 엄청 느끼한 타입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한껏 빗어올린 헤어스타일이나 벌어진 앞니마저도 매력 포인트였다. 저음에서 가성에 이르는 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모튼 해킷은 특히나 인기가 있었지만 다른 멤버인 마그네와 폴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콘서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을 보며 나도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하는 기분은 서글펐다. 이 다큐에서는 그들이 단순한 보이밴드가 아닌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중심을 갖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절망했음을 보여준다.

 

아하 대부분의 곡을 만든 폴은 조.단위의 저작료를 쓸어갔다고 하는데, 사실 마그네 입장에서는 나름 편곡도 많이하고 힛트곡의 기반이 되는 리프를 만들기도 했는데 하나도 인정못받아서 홧병으로 인해 심장이 망가졌다는 말도 있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그러하듯 그들도 많은 다툼이 있었고 해체까지 겪었지만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돈이나 명성이 아닌 음악 자체에 대한 애정과 갈망때문이었다. 여전히 멋진 모튼 해킷의 목소리와 예전에는 흘려 들었었던 그들의 멋진 연주를 들으며 눈물이 났다. 

 

하루종일 아하 노래만 골라 듣고 있다. 

뭐야. 왜 이렇게 좋아? 

 

 

모범가족(넷플릭스)

한국판 브레이킹베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 궁지에 몰린 가장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다급함으로 인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벌어지게 되는 말도 안되는 폭력과 음모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다는 스토리다. 오징어게임처럼 인생의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이들에게 막대한 돈이 주는 유혹은 뿌리칠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는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다. 정우, 박희순, 윤진서, 김성오 등 내노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간의 호흡도 좋았다. 특히, 김성오의 신들린 연기에 새삼 놀람. 10편까지 정주행하기까지 살짝 지루한 감은 있지만 시즌2를 기대할 만한 수작이다. 

 

 

곽튜브

원지, 빠니보틀, 정원 등 즐겨보는 여행유투버 중 최근 곽튜브를 정주행하고 있다. 일상 에피소도도 재밌지만 러시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덕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지역을 여행하는 영상을 보면 무척 흥미롭다. (최근에는 바퀴달린 입..인가 뭐 그런 것도 하는 것 같은데 그닥..) 곽튜브의 여행기를 보면 전형적인 부산남자 스타일인데 낯선 곳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선입견이나 투덜거림이 없다. 아무데서나 잘 자고, 잘 먹고, 솔직하고, 도움을 받으면 보답하려 애쓰는 모습들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못생겼지만 귀엽다. (택시기사랑 같이 호텔에서 묵고 담날 택시기사 집에 가서 자고. 정말 넉살 좋음)

 

빠니보틀과 함께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 가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재개발지역이라 지금은 폐가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곰팡이가 새카맣게 뒤덮인 방, 버려진 책들. 내가 살던 시대야 누구나 다 가난했었지만 30대 초반인 곽튜브도 달동네키즈였어. 찐따로 보낸 10대였지만 이에 침잠되지 않고 20대를 곽튜브만큼 치열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