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10월 9일 부스러기

by iamlitmus 2021. 10. 9.

오랜만에 남친과 시내에 나갔다.
선화동 실비김치를 맛볼 수 있다는 익선동 대전블루스에 갔다.
레트로 인테리어에 옛날 음악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맛본 소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달디단 겉저리에 매운 고춧가루 맛이다.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무뚝뚝하거나 상추를 갖다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았다. 좁은 익선동 골목은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고 가게마다 웨이팅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이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은 힘에 부친다. 얼른 집으로 돌아와 숨을 돌렸다.

남친 이발을 해줬다.
둘 다 만족할 정도로 능숙한 솜씨를 확인했다.
미용은 은퇴 후 꼭 배우고 싶은 기술 중 하나이다.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한 사람의 노후 설계 영상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함은 없는 생활.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은 무엇일까. 조용하게 책을 읽고 글로 정리하는 것,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은 생각, 친절한 마음을 갖고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남친은 딱 70살까지만 살고 싶다고 하는데 장수집안 내력을 보면 90살도 너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친보다 먼저 눈을 감고 싶다. 혼자 남고 싶지 않다.

10월에 철수하기로 한 결정에 후회는 없다.
중간에 그만 둔다는 찜찜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나만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