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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2인조-정석원

by iamlitmus 2021. 12. 24.

흐린 날씨에 듣기 좋은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좋아한다. 넬처럼 '그래. 이럴바엔 그냥 죽어버리자' 정도는 아니지만, '다 부질없다. 뭐가 그리 중한가. 알아서 할테니 너나 잘하세요.'류의 시니컬함이 묘한 안정감을 준다. 앨범이 아닌 작가로서의 이석원은 까다롭고 지극히 예민하기 그지없는, 한마디로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나도 그랬는데, 그도 그랬었구나.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인지 오히려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몰래 훔쳐보듯 그의 책은 꾸준히 찾아 읽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나름 고심한 끝에 작가 스스로 룰을 정하고 실행했었던 1년간의 고행을 담아냈다. 곪은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복돋워주는 내용이 아니라, 나 이랬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있어. 잘된 것도 있지만 아무리 해도 안되더라. 그래도 계속 해볼까해.

 

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 다섯 가지
1. 내 탓 하는 습관 버리기
2. 긍정하는 습관 갖기
3. 미루는 습관 버리기
4. 스스로에게 자주 선물을 해주기
5. 잘 쉬는 법 익히기

 

외롭지만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리 반복해도 그 고통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고, 익숙해진다는 사실은 더욱 공포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글쓰기를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름 자신만의 노하우을 쌓아가며 조금씩 달라지는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그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연애를 해도 자신을 잠식시키지 않고 지켜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인생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구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고대하던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