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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그녀가 말했다 vs 내가 말했다.

by iamlitmus 2008. 6. 8.
언니가 방에 딱 들어오니까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네. 살이 찌고, 안찌고를 떠나서 얼굴이 어두워. 혹시 집안사람 중에 술먹고 행패부리다 죽은 사람 있지 않아요? 그리고, 아랫쪽, 알지? 산부인과 쪽으로 병얻어서 돌아가신 분. 있죠? 그 분들이 지금 언니한테 붙어있네. 아주 칭칭 감고 있어. (쌀알 몇 개를 흩뿌린다.) 내가 왠만하면 이런 소리 안하는데, 굿 해야겠어. 아니면 운맞이를 하던가. 한달만 더 일찍오지. 그 때가 언니 생일달이잖아. 그 때 잡았으면 이렇게까지 안되는건데. 응 맞아. 올해가 언니가 운이 트인 해야. 그래서 붙은 거야. 콩고물 떨어질 줄 알고. 잘 달래서 보내면, 언니한테도 좋아요. 언니는 회사에서도, 집안에서도 총대매는 사람이야. 소녀가장같은거. 온갖 일들을 다 처리해야 하는 사람 있잖아. 내가 어젯밤에 꿈자리가 너무 안좋아서 머리가 지끈거려. 버스를 탔는데, 어떤 남자가 올라 타더라구. 얼굴은 안보여. 남자가 신는 흰 고무신있지? 그것만 보이더라구. 근데,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그 사람한테 그러는거야. 나한테 붙으라구. 그래야 산다구. 그러고는 장면이 바뀌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가 지하1층을 눌러도 지하4층에 갔다가, 2층에 갔다가 계속 왔다갔다 그러는거야. 내가 언니 꿈을 대신 꿔준거야. 지금 언니한테 그런 식으로 붙은거야. 그 사람들이 언니한테 장난치는거지. 운이 다가왔다가도 그 사람들이 퉁퉁 튕겨서 못잡고 있어. 그러니까, 자꾸 짜증이 나고, 사람들하고 부딪히고 그러는거야. 벌컥 화가 치밀고, 막말할 때 언니가 그러는거 아냐. 그 사람들이 언니 몸 빌어서 성질내는거야.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프지 않아요? 힘도 하나도 없고. 기를 뺏겨서 그래. 그러니까 이리저리 휘둘리는거구. 하루라도 빨리 결정해요. 안그럼 뭘 해도 되는 일이 없어. 결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언니는 오너사주야. 사업하면 성공해. 돈 벌면, 남자는 자동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어. 다음 주에 휴가 간다구? 언제 오는데? 원래 월초에 하는게 좋은데. 그럼 담주 목요일은? 맨날 야근해? 그럼 밤에 해야겠네. 나는 좀 힘들지만, 어쩌겠어. 시간이 안되는데. 하옇튼 빨리 결정하는게 좋아. 시간 끌면 이 사람들이 고마워하지도 않아. 질질 끌었다구. 해주고도 욕해. 날짜 잡아야 하니까 미리 연락줘요.

작년에 왔을때보다 살 많이 빠졌죠? 5개월동안 죽었다 살아났거든요. 진짜 일만 했어요. 어두워요? 하긴, 제가 요즘 계속 사람들이랑 부딪혔어요. 건들기만 해봐. 다 죽었어. 이런 상태예요. 기운도 없고. 술먹었던 사람이요? (술먹고 사고로 죽은 외사촌이 떠올랐다.) 산부인과쪽이요?(자궁암으로 돌아가셨던 이모님이 떠올랐다.) 아..정말..그 사람들이 왜 저한테 와요? 나 혼자도 힘든데, 왜 그러실까. 굿이요? 아..네.. 제가 그동안 야근하느라 바빠서 절에도 못가고 그러기는 했는데..올해가 좋다고 그러는데, 다 거짓말인거같애요. 네? 칭칭 감고 있다구요? 제가 기가 약해져서 쉽게 붙었나보다. 흑염소도 먹었는데. 그런거 먹으면 안돼요? 그래도 어떻해요. 기운이 없는데. 그래도 한달정도는 하나도 안피곤하고, 새벽에도 눈이 떠지고 그랬거든요. 먹을때마다 흑염소 얼굴이 떠오르기는 했지만요. 에이. 저 개는 안먹어요. 그냥 흑염소가 여자한테 좋다고 해서. 한동안은 부황뜨는거 중독되서 진짜 등짝이 바둑판이었다니깐요. 금방 시커매져요. 맨소래담 로션이요? 그게 그렇게 시원해요? 아..저도 한번 해볼께요. 제가 담주에는 휴가를 가서요. 방콕이요. 그리고, 월말에는 워크샵을 가야 해요. 시간이 안되네. 평일이요? 밤에 끝나서 힘들구요. 제가 5년뒤에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는데, 지금 회사는 아니구요. 쇼핑몰 쪽 일을 하고 있을것 같애요. 그쵸? 제가 또 장사에 소질 있거든요. 원래 글쓰는 걸 해야 하는데..(잠시 생각하다) 네? 장부쓰는 것도 글쓰는 거라구요? 하하. 맞아요. 머리요? 안아픈데. 그냥 열만 나요. 뜨끈뜨끈. 어쨌든 좀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께요. (방콕에 가서 향을 피우면, 그래도 불교인구가 90% 이상인 국가인데, 좀 더 효험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초 사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