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254 아버지의 해방일지_정지아 이 책이 서점을 점령하고 도서관에서 예약대기 조차 할 수 없을 당시에도 별반 관심이 없었다. 빨치산 이야기라면 조정래 시리즈(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가 히트 칠 때 '추앙'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적에도 아버지의 해방스토리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도서관에 갔을 때 똑같은 책이 몇 권이나 나란히 꽂힌 것을 보고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순전히 호기심으로 읽어볼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아버지가 죽었다.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느낌이 팍 왔다. 이 사람 글 잘 쓰는구나. 평생 사회주의자로 살았었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딸은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결코 알 수 없었던 아버지만의 .. 2025. 4. 11. 슬픔의 모양_이석원 오랜만에 너무나도 내성적인 남자사람 친구를 만나 인사말로 요즘 어때? 가볍게 물었는데,잠시 아무 말 없다가 봇물 터지듯 사실,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여차저차해가지고 이렇게 됐어. 너무하지 않아? 난 그냥 그런 뜻이었는데. 하여튼 결국에는 이렇게 되었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볼 참이야.라는 엄청 수다스러운 대화를 끝낸 것 같은 책이다. 대부분 어느 집이나 그러하듯 가족에게 특히, 엄마에게 못돼 처먹은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엄마, 첫째 누나, 둘째 누나, 막내인 작가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진짜 힘들었겠다.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범상치 않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나.라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이석원의 글은 놀라울 정.. 2025. 4. 7. 미오기典 - 김미옥 연간 독서 800권. 1일 1 책을 하는 활자중독자.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공장에서 일해야만 했다. 중학 검정고시를 거쳐 행정학 석사를 마쳤다. 흑수저 그 자체인 인생이지만 평생 책을 읽고 독특한 문체의 독후감을 통해 숨은 명작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거칠고 딱딱한 삶을 온몸으로 문지르고 벗겨가며 살아온 것이 분명한 작가는 무덤덤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상관없고 알게 하고 싶지도 않은 듯이. 그녀는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그러기에 실망도 없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거나 기댈 수 있는 등을 내어주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것도 힘듦을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 .. 2025. 1. 30. 위대한 그의 빛_심윤경 위대한 그의 빛 | 심윤경 - 교보문고위대한 그의 빛 |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 『영원한 유산』… 장편소설의 마이스터, 심윤경 신작 여성의 목소리로 다시 쓴 21세기식 『위대한 개츠비』2002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product.kyobobook.co.kr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시작하여 이현의 연애, 설이, 위대한 유산 등 심윤경 작가의 모든 작품을 찾아 읽을 정도로 그녀의 문체와 구성을 좋아한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심윤경 작품을 읽다보면 엄청난 자료조사와 함께 플롯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국판 '위대한 개츠비'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이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남자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부와 명예를 이룬 뒤 돌아와 수줍게 고백쇼를 하게 된다.. 2024. 11. 25. 이전 1 2 3 4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