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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도쿄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by iamlitmus 2007. 3. 26.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작위적인 냄새가 나는 상황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차고 넘치는 일들이겠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는 기이하다 못해 오싹함이 느껴지는 그런 우연들. 이 책은 작가가 겪은 기막힌 우연에 관한 에피소드로 시작되지만, 여러 단편들을 거치는 동안, 하루키 특유의 환타지 코드로 전환된다.
(예전 그의 작품에 익숙한 이라면, 원숭이가 말을 하고 이름을 훔치러 다닌다는 이야기는 이상할 것도 없다.)
일단, 책을 잡기 시작하면 후루룩 읽히는 점에서는 기존 그의 작품들과 다를바 없지만, 아무리 가볍고 짧은 글이라도 보이지 않게 무게중심을 잡아주던 긴장감의 부재와 군데군데 박혀 있던 위트의 빛이 바래버린 느낌이 들어, 괜시리 입맛만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출퇴근시 틈틈히 읽기에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