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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발견

마더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로저 미셀(노팅힐) 배우: 앤 레이드, 다니엘 크레이그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정사,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메이 : 평생 남편과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했고, 남편이 죽은 뒤 이제 진정으로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하는 노년 한가운데 서있는 여성. 자신의 새로운 욕망앞에 바보가 되버린다.
폴라 : 현재 자신의 불행한 삶은 모두 엄마탓이며, 남자친구인 대런에게 지나치리만큼 집착하는 딸. 나약하고 히스테릭컬하다. 제일 짜증나는 캐릭터.
대런 : 폴라의 남자친구인 유부남.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사랑한다. 천성이 게으르고 우유부단하다. 처음엔 메이를 동정하는 것으로 관계를 맺게 되나 결국엔 천박한 욕심을 드러낸다. 마약중독자. 제일 나쁜 새끼다.
그 외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 : 속물들, 어린 악마들.

메이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되지만, 딸의 남자친구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라 하기에는 일그러진, 그동안 가족으로 인해 억눌려왔던 그녀의 삶에 대한 열망은 점점 수렁속에 빠져들게 된다.
대런과의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뭐가 보이나요. 늙고 추한 살덩어리들? 그녀는 평생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끼며 오열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위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관계들을 망각하게 된다. 자식들에게 들키게 된 후에도 그녀는 대런에게 같이 떠나자고 하지만, 대런은 그녀에게 남겨진 연금에만 관심이 있을뿐이다. 그는 악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남들에게는 있는 돈이 자신에게는 없다고 믿는, 그러면서도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않는 한심한 남자일 뿐이다.

이 영화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블록버스터급 주인공들이 아닌, 평범하고도 나약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인생의 황혼기의 끝자락에 서있는 여성의 슬픔을 다룬 영화인줄 알았다. 하지만, 메이는 단지 약한 여자일뿐이었다.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들 중 정상적인 캐릭터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가엾다는 마음보다는 참혹하다는 느낌만이 남았던 영화.

p.s:
/내 남자 엄마 가져.
폴라는 엄마에게 말한다.
/근데..엄마를 때리고 싶어.
/그래
/준비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