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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베트남캄보디아

베트남 나짱 - 호이안 이동하다.

by iamlitmus 2012. 3. 30.

느지막히 일어나 밖을 보니, 한결같이 '작렬'하는 날씨다. 도시간 이동을 하다보니, 평균적으로 이틀 정도면 싫증이 난다. 종족을 말살당한 몇몇 개미들은 부질없는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뒤, 해변가로 나섰다. 야간버스가 떠나는 오후까지 호사를 누리기로 했다. 루이지앤느라는 고급레스토랑에서는 직접 양조를 하는 맥주를 판다. 식당에 들어서니, 딱 한 문장이 떠오른다.

이야!!!! 돈이 좋구나!!!!!!!!

나른하게 풀사이드에 누워 선탠하는 이들, 신속하게 움직이는 종업원들, 일식에서 서양식을 망라한 다양한 메뉴. 그리고, 엄청난 가격.(테스팅 맥주 4개 5천원, 일식 도시락 8천원. 나짱와서 일식 먹고 있다.)

이곳에 오니, 진정한 휴양지에 온 것같은 기분이 든다. 어제 본 바다보다 더 비싸보인다. 역시 휴가는 호사를 누려야 하는 것인가. 어젯밤 호텔 구석에 앉아 남은 돈을 헤이며, 하루에 만원 이상 쓰면 안돼. 하루에 한끼만 먹자.고 결심했던 근검한 내 자신은 날아간지 오래다. 썅. 인생 뭐있어. 까짓 1-2만원, 가열차게 써주겠어. 모드가 된다. (기분이 좋아지니, 갑자기 여행이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나짱은 쇼핑할만한 것이 없다. 어젯밤, 야시장에 갔다가 심한 낙담을 넘어서 분노마저 일었다. 도대체 이따위 조개껍질 목걸이와 형광볼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것이냐. 나짱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여행자거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현지인과 흥정하는 것을 불편해하기때문에 정찰제 슈퍼는 24시간 성업을 이루고 있다. 어차피 베트남은 천년만년 여행자들이 들이닥칠테니 망할 염려는 없다.

너무 배가 부르다. 일부러 밥을 조금만 먹었는데도 배꼽부터 찢어질 것만 같다. 게다가 4종류의 맥주를 번갈아 홀짝거린 덕분에 천근만근 몸이 무거워진다. 눕고 싶지만, 해변의자에 앉아 사우나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미련한 상황에 다시 기분이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자 술이 깨어 컨디션이 회복됐다. 날아간 여행기를 정리하고, 책을 읽고, 남은 술을 홀짝거려도 진짜 시간 안간다. 아직 3시간을 더 버텨야 하는데, 다행히 테이블을 치우는 등 눈치를 주지는 않는다.

처음 타보는 야간버스여서 긴장이 된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도 못먹겠다. 화장실이 있다고는 하나 성냥갑만한 그곳을 이용하지 않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근데, 왜 열쇠가 채워져 있는건가.) 겁도 없는 서양인들은 쉬지않고 탄산음료를 들이키고, 샌드위치를 씹어 삼킨다. 대부분 프랭크소세지처럼 심하게 그을렸다. 물집이 생기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리 챙겨온 수면양말과 항공담요가 요긴하게 쓰여 다행이다. 제발 푹 잠들어 낼 아침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