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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직장인

by iamlitmus 2019. 6. 19.

내일 부사장이 사무실에 들른다고 하니, 퇴근 전 책상정리를 하고, 행동에 유의해달라는 공지가 떴다.

회사 수익이 저조하여 비용절감 차원에서 서울사무소를 폐쇄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내방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비정규직인 나로서는 네 부사장이지, 내 부사장이냐. 내겐 그저 옆집 아저씨일 뿐.이지. 그리고, 난 담주에 철수다. 이것들아. 모드인데, 정직원들은 뭔가 부지런히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슬쩍보니, 이번달 진행하고 있는 담당 업무와 담달에 진행예정인 굵직한 과업리스트이다.

 

뭐야. 아까는 다른데 알아보고 있다고 그러더니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척 하잖아.

 

오후에 부사장이 방문했다.

두손 앞에 모으고 정말 애사심이 넘쳐나는 모습의 팀장을 보고 있노라니 웃프다.

복도에서 만난 팀장은 부사장한테 불만이나 애로 사항 있으면 말하지 그랬어.라고 하는데,

사람들 참 못됐다 싶더라.

 

다음주 오픈 예정인 기능구현에 있어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담당자들의 의견에 비상이 걸렸다.

 

자, 오픈은 미룰 수 없다.

그 중 하나는 이번주 예비군 훈련이라 빠진다. 

다음주에 퇴사하는 사람이 있고 대체자는 없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도저히 기일을 못 맞출 것 같다는 말을 미리 말한 자세는 칭찬한다. 

팀장은 가이드를 제시하며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고 제안한다.

담당자들은 시큰둥하다. 이미 가방을 둘러메고 퇴근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

 

이 문제를 고객에게 말한다면 나를 갈기갈기 물어 뜯을 것이다. 

서버도 접속 오류가 나서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다.

너무 열받아서 그냥 퇴근해버렸다.

 

흙빛으로 변한 내 얼굴을 보고 남친이 깜짝 놀란다.

화장이라도 좀 하지.그러는데, 너무 지쳐서 대답할 기운도 없다.

 

돈벌기 너무 힘들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