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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The Great Exhibition 2007-영국 RCA 졸업전시회

by iamlitmus 2007. 7. 19.



우리 나라와 달리 입학을 9월에, 졸업을 5,6월에 하는 외국의 학기제에서는 대부분의 졸업전시가 매년 5월과 6월에 걸쳐 열린다. 런던에서는 6월에 거의 모든 주요 디자인대학의 졸업전이 몰려있다. 특히 올해 RCA(Royal College of Art) 졸업전은 150주년을 맞은 ‘the Exhibition Road area’를 기념하기 위해 그 어느해 보다도 올해의 졸업전시회를 성대하게 기획하였다. 런던 South Kensington에 있는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 임페리얼 컬리지 등은 1851년에 열렸던 ‘the Great Exhibition’을 시발점으로 만들어진 문화, 교육 기관들이다.
이 지역에 위치한 RCA는 문화적 전환점이 되었던 이 전시의 150주년을 기념하여 졸업전시의 명칭 또한 ‘the Great Exhibition 2007’로 정했다. 또 한번의 문화적 부흥을 런던에 가져올 차세대 주자인 졸업생들의 전시회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취재 ㅣ 이서진 런던통신원 (seojinlee@gmail.com)


사우스 켄싱턴에 위치한 전시장에 도착하자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 웹사이트에서 확인했던 배너와 이미지들이 하나의 통합적인 3차원 이미지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웹사이트에 있었던 디지털 이미지로 표현되었던 타이포그래피, 열쇠구멍의 이미지 그리고 푸른 나뭇잎들의 이미지는 실제 전시장의 이미지로부터 차용된 것들이었다. 사실 이와 같이 커다란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기획 초반부터 모든 홍보물과 실제 인쇄물, 그리고 전시장을 하나의 유기적인 이미지로 통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385명 학생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는 2곳으로 나뉘어 열렸다. 교내에 위치한 갤러리에서는 회화과와 애니메이션과의 전시가 준비되었고, 특별 주문된 야외 대형 텐트에서는 디자인, 건축, 패션, 텍스타일과의 전시가 열렸다. 작품 수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모두 관람하기 위해서는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전시의 전반적인 느낌은 ‘21세기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는 없다’라는 전제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순수예술은 일러스트적인 느낌과 컴퓨터 기법을 사용한 것 보다 디자인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디자인은 컴퓨터보다는 손의 느낌을 살리고 다양한 아날로그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곳의 졸업전시는 ‘프라이빗 오프닝 데이’가 첫날 열린다. 이 때에는 졸업생 모두가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프로페셔널한 옷차림을 해야한다) 초청장을 받은 디자인계, 미술계 관련종사자들이 스카웃을 위해 방문하기 때문. 전시를 보며 즉석에서 잡 오퍼가 오고간다. 모두들 설레지만 두려운 마음으로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관심을 보이는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이런 점들이 국내 졸업전시회와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기 위해 필요한건 당연 명함. 전시자들은 졸업전에 앞서 자신의 명함과 작품으로 만든 엽서를 몇 백장씩 주문하고 전시대 옆에 설치해 놓는다. 엽서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인쇄를 맡긴다. 전시를 오픈하기 두 달 전에 작품 중 하나를 골라 파일을 학교에 내면 된다. 엽서 뒷면에는 작품의 간략한 설명과 개인 연락처가 있어 스카우터들이 관람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의 엽서를 가져간다. 후에 채용을 위해 연락을 취하는 기록용으로 쓰인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학생의 경우 졸업전시기간 (대략 1-2주) 동안 여러 곳에서 잡 오퍼를 받고 이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특권도 주어진다. 뉴욕의 디자인 학교들도 그렇지만 이곳 런던 대부분의 디자인 학교들은 이렇듯 학생들이 취직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또한 많은 부분을 후원한다.

또 한가지! 디자인 관련 학과들의 전시에서 특이한 점이 있었다. 갤러리에서나 볼 수 있는 조그마한 빨간색 스티커다. 전시대 옆에 서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판매가 된 것이란다. 만약 주문을 원하면 전시 이후에 추가로 제작,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졸업 전시인 동시에 이미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현장이었다.


학생들의 작품이 그렇다고 저렴한 것은 아니다. 주얼리는 200에서 1,000파운드 선 (40만원-200만원) 가구들은 테이블 하나가 한화로 1,40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었는데 전시 셋째 날인데 벌써 5개나 팔아 2년간의 학비를 벌었다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는 학생도 있었다. (RCA는 학비가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기로 유명하다. 1년 학비가 2만 파운드, 한화로 4천 만원에 이른다.)





학생들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갓 태어난 따끈따끈한 영 아티스트들의 첫 작품들을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구매하는 이들의 문화가 참으로 부러웠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유명한 작가가 아닌, 이제 막 시작하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졸업생들의 작품을 진정한 작품으로 인정해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것!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선뜻 지갑을 여는 이런 문화가 문화선진국을 만드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기사출처: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