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님이 잠깐 보자고 해서 갔더니 막내 직원이 퇴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주에 면담을 했던 터라 그의 퇴사 소식을 듣고 살짝 당황했다.
이유로는 공부를 더 하고 싶고, 워킹 홀리데이를 갈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면담할 때 기획자로서 미래를 생각한다면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 월말까지 근무하기로 했지만 남은 연차를 소진한다며 내일부터 3일간 휴가를 내는 담대함도 있는 줄 미처 몰랐네.
오늘도 하루종일 웹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막내를 보며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후임자는 구하는 중이고 인수인계까지 하고 나간다고는 하는데, 한 일도 없고, 하고 있는 일도 없으니 불필요한 과정일 듯.
앞으로 2-30년간은 사회생활을 더 할 텐데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쓸데없는 오지랖이고 관심도 없지만, 언제 사람 뽑아서 가르치나 생각하면 답답하다.
T에게 말하니, 자기네 회사도 직원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한다.
나갔으면 하는 무실력자는 죽어도 안 나가고, 꼭 필요한 직원은 사표를 던진다고.
여기도 은근 퇴사를 기대하며 인사고과를 아무리 짜게 줘도 절대 안 나가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지난주, 정말 일 잘하는 직원이 철수했다. 앞둔 출산 때문이라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녀가 맡은 업무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서 누가 와서 하려나 싶었는데, 오전에 새 인력이 인사를 하러 왔다. 워낙 개인주의가 깔려 있는 곳이라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수하면 입방아 조리돌림을 당하는 곳인지라 그녀가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
폭염은 지칠 줄 모르고, 세상은 하 수상하니 모든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성인의 절반이상이 울분에 차있다고 하는데 나도 그중의 하나인 것일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신경을 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녁 뉴스를 볼 때마다 쌍욕이 점점 진화한다. 어제도 미대오빠와 간 식당에서 불친절한 직원의 서비스에 기분이 상했다. 애피타이저 접시를 가져가면서 사용한 포크는 들고 있으라는 말에 눈이 크게 떠졌다. 미대오빠를 쳐다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됐어'라고 중얼거린다. 되긴 뭐가 돼. 노래 가사도 아니고 너는 어쩜 그렇게. 직원을 불러 '이 포크는 계속 사용하라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새로 갖다 준다. 하아.. 맛없기만 해 봐. 하며 별렀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