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day's..

감정은 버석거리고

by iamlitmus 2008. 11. 2.

빡빡한 주말스케쥴을 쪼개
S를 만나기 위해 밤 12시경 하얏트에 가다.

아니. 왜 이리 많이 변한게냐.
지하주차장도 생겼네.

모두들 가십걸 주인공들처럼 차려입고서들
쉼없이 눈을 번뜩이며 사냥감을 찾는 어린 것들이 사방이다.
하필 할로윈데이인지라 JJ는 내려가 볼 생각도 안했다.

너희들.
내가 매일밤 일하는 동안
여기서 춤추고 놀았었구나.
좋을때다.
언니도 한때 그랬었지.

'테라스' 전망좋은 창가에 앉아
20% 텍스 각오하고 와인을 마시다.
둘 다 운전대를 잡아야 했지만,
2시간 넘게 수다를 떨다보니 졸릴 뿐이지 취하지는 않는다.

/늦게 등단한 가난한 시인이 있어. 너무 가난해서 어머니를 지방에 있는 이모집에 보내야 할 정도로.
마지막으로 고기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설렁탕집에 갔대. 근데, 소금을 듬뿍 넣으시더니 주인을 부르더래.
탕이 너무 짜니까 국물을 더 달라고 하시더니, 그걸 아들 그릇에 붓더라는거야. 시인은 아무말없이 깍두기만 우적우적 씹었다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이 아무말없이 국물 한 그릇을 더 갖다줬대.
그런 어머니가 수술을 하셔야 하는데, 당연히 돈이 없지. 울면서 전화가 왔더라. 못난 아들을 둔 어머니가 무슨 죄가 있느냐. 밀린 인세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그게 얼만데.
/80만원.
/너희 회사 지금 월급도 안나온다며.
/그치. 그래서 미치겠다니까. 가슴이 먹먹해지구.
/네 돈으로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겠군.
/응. 근데 나두 힘드니까.
/근데, 내 생각은 그래.(아..이거 K군이 진짜 싫어하는 버전인데.) 그 사람 상황은 그 시인이 만든거잖아. 물론, 인세 못주는 회사 책임도 있지. 하지만, 아무리 시가 좋다지만, 현실도 무시하면 안돼지. 어쨌든 모두 그 시인이 젋었을 때 영악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그래서 그런 아들 둔 어머니도 어쩔 수 없는거야.
/그런 자본주의적인 횡포가 당연하다는거야? 그렇게 사는게 옳다구?
/옳지 않아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거잖아. 이외수봐라. 라디오 DJ도 하더만. 뭐라 그러던지 말던지 책만 내면 25만부가 나간다며.
/하지만, 난 옳지 않다고 생각해. 난 그렇게 안살거야.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면 네가 원하는 이상향대로 살아도 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거 잘 알잖아. 누가 헛똑똑친구 아니랄까봐. 정말.

요즘은 희노애락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넌 어쩜 그렇게 냉정하니. 조울증이 그렇다더라. 좋아도, 슬퍼도 무덤덤하다고.
/그래도 좋아. 행복해. 그럼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