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의 발견

괴물

by iamlitmus 2007. 3. 26.
감독: 봉준호 배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그리고..현서

*용산 미군기지 내. 엄청난 양의 독성물질을 하수구에 버리는 장면. 반미감정의 심지에 불을 당긴다.
*4년 뒤, 한강변 낚시꾼 2명은 이상한 것을 발견. 관객들은 아직까지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

흔한디 흔한 한강변의 풍경 스타트! 깐깐한 매점 할아버지 변희봉, 어딘지 모르게 느슨한 아들 송강호, 귀여운 딸 현서, 고모는 수원시청 소속 양궁선수. 하나하나 짚어가며 등장인물이 나오고 몇 몇 사람들이 웅성대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순간. 바로 그 순간. 괴물이 나온다. 벌써 나온다. 영화 시작한지 10분만에. 그래서 관객들은 놀란다. 왜? 그동안 무엇이든 맨 뒤에 나오는 패턴에 길들여졌었으니까.

괴물은 꽤 근사하다. 겹겹이 층진 아가리, 기다랗고 두툼한 혓바닥, 긴꼬리원숭이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긴 꼬리, 뛸 때마다 덜렁거리는 짧은 뒷다리, 치고 빠질 때를 아는 알맞은 지능 등 괴물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덕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의문점: 왜 괴물이 한 마리 뿐일까. 모든 생물은 종족번식에 관한 본능을 갖고 있지 않은가. 에어리언과 그램린을 보라. 분명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액션이 있었을텐데. 하지만, 수컷이 죽었다고, 복수심에 불탄 암컷이 뛰쳐 나온다던가 하는 코미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현서가 괴물에게 끌려갔다. 현서가 살아있다고 믿는 것은 가족들 뿐이다. 경찰, 병원, 언론 등은 각자 자신들의 잇속 차리느라 분주하다. 현서는 현서대로 하수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장난감을 갖고 놀듯 괴물은 죽일 듯하면서도 현서를 살려둔다. 영화 중반부에 이르면 관객들은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가끔씩 나타나는 괴물의 모습은 이제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은 아닐까.싶은 불안감이 스물거린다. 일반적인 허리우드식 재난영화나 괴수영화였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괴생명체를 무찌르는 용감한 가족 이야기가 아닌,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열강에 대한 비꼬임이 섞여있다.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적개심과 분함이 어우러져 확연하게 CG 티를 팍팍 내며 쓰러져가는 괴물을 보면서도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한다.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면 잘한거야.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