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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기묘한 이야기

by iamlitmus 2007. 3. 26.
초등학교 동창인 S는 그녀와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뭘 해먹으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한껏 달궈진 후라이팬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기름을 들이붓는 바람에 기름이 튀었고, 그 바람에 뜨거워진 후라이팬을 떨어뜨렸고, 엎질러진 기름에 불이 붙었고, 그래서 부엌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고, 여차저차해서 죽었다. S의 엄마와 친구사이이기도 했던 엄마는 그 사고를 전해주면서 눈물지었지만, 나는 그저 아.저런.정도의 반응만 보였었던 것 같다.

한달에 한 번 있는 수영시간을 위해 수영복을 빌리러 왔던 S가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꽃술이 잔뜩 달려있는 수영모가 인기였지만, 엄마는 제일 저렴하다는 이유로 끈이 달린 노란색 비닐모자와 지금도 못입을 것 같은 빨간색 성인용 비키니를 사주었다. 그나마도 없었던 S에게 빌려주기 싫어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나서야 마지못해 건네 주었는데, 다음 날, 되돌려주는 그녀 손에는 한 쪽 끈이 떨어져나간 수영모가 들려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 원짜리 수영모가 어련했을까 싶지만, 그녀를 세워두고서 별의별 성질을 다 부렸었다.

그녀가 죽은 뒤, 그녀의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무덤덤한 기분으로 20여년이 지났다. 가끔 지나가는 말로 듣는 S양의 집안형편은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제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새삼스럽게 S가 떠올랐다.

/S 아버지가 죽었대.
/어쩌다가?
/산에서 벼락맞았대. 초상치른지 10일이 지났다네.
/비오는데 산에는 왜 갔대?
/원래 산 다니는거 좋아했다나봐.

아버지는 이후로 산에 올라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