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원래대로라면 출근을 해야 했지만 휴가를 받은 터라 잠시동안 자리에 누워 느긋한 기분을 즐기기로 했다. 주방에서는 아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뭐할까?" 큰 소리로 아내에게 말을 걸었으나, 아내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한 번 더 말할까 하다 이내 그만둔다. 어쨌든 시간은 많으니까. 그는 다른 한 쪽으로 돌아누웠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점점 더 말똥해질 뿐이다. 느릿느릿 일어나 안방을 나서며 흘낏 마루를 보니 딸아이가 자고 있다. 열대야때문에 온 식구가 마루에서 잠드는 때가 많은 요즘이다. 온 식구라고 해봐야 자신과 아내, 딸뿐이다.
"여보, 우리 산이나 갈까?" 주섬주섬 양말을 꺼내 신으며 아내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아내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못들었나싶어 다시 한번 말하려는 순간 아내의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거 안보여? 땀 뻘뻘 흘리면서 음식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어디를 가자고 그러는거야?"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성질을 내는거야!"
"순심이 도시락도 싸줘야 하고, 뭐라도 먹여서 출근시켜야 할 거아냐. 그렇게 놀고 싶으면 혼자 놀아. 아니면 그냥 출근하던가. 사람이 어떻게 맨날 놀 생각만 해."
헝클어진 이불속에서 잠든 줄로만 알았던 순심이는 어느새 일어나 앉아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무안해진 소심해씨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 앉았지만,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 아내에게 더욱더 야속한 마음만 커질 뿐이었다.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까 싶어 입을 열었지만,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아내가 이럴 때마다 무시당한다는 느낌때문에 다리까지 후들거린다. 여전히 눈치를 살피고 있는 순심의 시선을 등에 느끼며 있는 힘껏 종아리까지 양말을 끌어올린 소심해씨는 현관을 나서려다 말고 빽 소리를 질렀다.
"순심이만 사람이야?"
출근하느라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소심해씨는 뒷산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며 오랜만에 오붓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데, 왜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간신히 가라앉았던 불꽃이 다시 피어 올랐다. 그는 마음을 바꿔 다시 집으로 향했다. 딸아이가 욕실에 있는 듯 물소리가 들리고, 아내는 등을 돌린 채 tv를 보고 있다. 일부러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고자 현관문을 쾅 닫았지만, 아는체도 하지 않는다.
어느새 깨끗이 치워진 마루 한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은 소심해씨는 한참동안 바닥만 노려보았다. 딸아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기 위해 다시 주방으로 나온 아내는 소심해씨를 봤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딸아이가 출근을 한 뒤에도 어색한 침묵은 계속되었다. 매일 새벽밥을 챙겨먹던 소심해씨인지라 참을 수 없는 시장기가 돌았다. 슬쩍 아내의 기색을 살피니 화가 난 것 같다. 아내가 화가 나면 무섭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걸어 볼까. 아니면, 직접 밥을 차려먹어서 화가 났다는 시위를 해 볼까. 바로 그때,
"여보, 와서 아침밥 들어요." 더할 나위없이 다정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심해씨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다가가 앉았다.
"고추를 볶았는데, 매운 고추를 넣어서인지 맛있네. 이것도 먹어봐요. 김도 줄까? 아침에 구웠더니 바삭해."
허겁지겁 밥을 밀어넣으면서 연신 고추도 집어먹고, 김에 밥을 올려먹느라 소심해씨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밥 먹고나서 산에 갈까?."
소심해씨는 번쩍 고개를 들어 아내를 쳐다봤다. 아내는 우스워서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안가"
"싫으면 말던가"
"누가 아예 안간대? 지금 안간다구. 조금 있다 갈꺼야."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질 것만 같아 커다랗게 밥을 떠서 입속으로 쑤셔넣는 소심해씨였다.
"오늘은 뭐할까?" 큰 소리로 아내에게 말을 걸었으나, 아내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한 번 더 말할까 하다 이내 그만둔다. 어쨌든 시간은 많으니까. 그는 다른 한 쪽으로 돌아누웠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점점 더 말똥해질 뿐이다. 느릿느릿 일어나 안방을 나서며 흘낏 마루를 보니 딸아이가 자고 있다. 열대야때문에 온 식구가 마루에서 잠드는 때가 많은 요즘이다. 온 식구라고 해봐야 자신과 아내, 딸뿐이다.
"여보, 우리 산이나 갈까?" 주섬주섬 양말을 꺼내 신으며 아내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아내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못들었나싶어 다시 한번 말하려는 순간 아내의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거 안보여? 땀 뻘뻘 흘리면서 음식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어디를 가자고 그러는거야?"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성질을 내는거야!"
"순심이 도시락도 싸줘야 하고, 뭐라도 먹여서 출근시켜야 할 거아냐. 그렇게 놀고 싶으면 혼자 놀아. 아니면 그냥 출근하던가. 사람이 어떻게 맨날 놀 생각만 해."
헝클어진 이불속에서 잠든 줄로만 알았던 순심이는 어느새 일어나 앉아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무안해진 소심해씨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 앉았지만,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 아내에게 더욱더 야속한 마음만 커질 뿐이었다.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까 싶어 입을 열었지만,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아내가 이럴 때마다 무시당한다는 느낌때문에 다리까지 후들거린다. 여전히 눈치를 살피고 있는 순심의 시선을 등에 느끼며 있는 힘껏 종아리까지 양말을 끌어올린 소심해씨는 현관을 나서려다 말고 빽 소리를 질렀다.
"순심이만 사람이야?"
출근하느라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소심해씨는 뒷산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며 오랜만에 오붓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데, 왜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간신히 가라앉았던 불꽃이 다시 피어 올랐다. 그는 마음을 바꿔 다시 집으로 향했다. 딸아이가 욕실에 있는 듯 물소리가 들리고, 아내는 등을 돌린 채 tv를 보고 있다. 일부러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고자 현관문을 쾅 닫았지만, 아는체도 하지 않는다.
어느새 깨끗이 치워진 마루 한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은 소심해씨는 한참동안 바닥만 노려보았다. 딸아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기 위해 다시 주방으로 나온 아내는 소심해씨를 봤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딸아이가 출근을 한 뒤에도 어색한 침묵은 계속되었다. 매일 새벽밥을 챙겨먹던 소심해씨인지라 참을 수 없는 시장기가 돌았다. 슬쩍 아내의 기색을 살피니 화가 난 것 같다. 아내가 화가 나면 무섭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걸어 볼까. 아니면, 직접 밥을 차려먹어서 화가 났다는 시위를 해 볼까. 바로 그때,
"여보, 와서 아침밥 들어요." 더할 나위없이 다정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심해씨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다가가 앉았다.
"고추를 볶았는데, 매운 고추를 넣어서인지 맛있네. 이것도 먹어봐요. 김도 줄까? 아침에 구웠더니 바삭해."
허겁지겁 밥을 밀어넣으면서 연신 고추도 집어먹고, 김에 밥을 올려먹느라 소심해씨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밥 먹고나서 산에 갈까?."
소심해씨는 번쩍 고개를 들어 아내를 쳐다봤다. 아내는 우스워서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안가"
"싫으면 말던가"
"누가 아예 안간대? 지금 안간다구. 조금 있다 갈꺼야."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질 것만 같아 커다랗게 밥을 떠서 입속으로 쑤셔넣는 소심해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