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의 발견

네 복이다

by iamlitmus 2011. 5. 31.
작업실로 향하는 지하철내에서 스무살 남짓 되보이는 여자애가 통로 한가운데 섰다.
얼굴은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고, 시선은 촛점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관심을 끄고 눈을 감거나 폰을 들여다본다.

천국 가고 싶으신가요. 그럼 주님을 믿으세요.
지옥 가고 싶지 않으시면, 주님을 믿으세요.
주님의 크나큰 은혜와...

밤새 달달 외웠을 내용을 숨도 쉬지 않고 중얼대는 그녀가 가엾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네가 젊기 때문이고, 그에 맞게 어리석은 것 뿐이니까.

세례는 받았지만, 성체성사를 받지 않은 내가 주님의 몸인 밀떡을 받아 먹었다는 말에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S는 당장 내가 지옥불에 떨어질 것 처럼 난리다.
보란듯이 주님의 피인 와인 한병을 홀라당 마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