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또 연차를 냈다. 꼬꼬마도 없는 상황에서. 고객 문의가 오면 업무처리 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차라리 없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출근해서 어떻게든 찾아가면서 처리한 후 메일을 보냈는데 어라? 고객도 휴가네? 다들 휴가네.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돼지가 체크를 했는데 아무도 없으니 이게 맞나 싶으면서 하고 있다. 월급이 주는 금융치료효과는 사라졌다. 뒤에 앉은 직원이 휴가를 가기 위해 PM한테 인수인계하고 있다. 들어도 그때 뿐이던 내가 지금은 다 알아듣는다는 사실에 내심 기특하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인력이 출근한다. 뭔 회사가 매일 롤러코스터인가.
어제는 방에 들어가서 잤다. 미대오빠한테 들어가 자라고 해도 '싫어'하길래 나만 들어가서 잤다. (그랬더니 또 삐졌다.) 새벽녘에는 살짝 춥기까지해서 선풍기를 껐다. 이런 날이 오다니 감격스럽다. 온도가 10도 정도 떨어지니 긍정적으로 변한다.
업무가 아닌 사적인 일로 대화를 할 때 통화를 하는 것 조차도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된다. (업무는 길어야 5분?) 사람들은 대화에 목말라 있는 것인가. 일단 시작하면 3-40분은 기본이다.(거의 만나거나 통화를 안하기 때문에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받는다.) 주로 들어주는 입장인 나로서는 그들의 세계관을 새롭게 업데이트하기 위해 초.초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 그러면..(계속 말한다.)
그래. 알겠어. 그러면 다음에 얼굴 한 번 봐요.라고 말 끊기 어려워하는 걸 보면 난 분명 I인가.
[해외로 도망친 철없는 신혼부부]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을 그만 두고 아일랜드,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가는 신혼부부 이야기.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자신들만의 삶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해외에서 한달 살기를 준비하면서도 몇 번이고 고꾸라지는 나로서는 그들의 준비성과 행동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