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Intro. 황량하게 펼쳐진 갈대밭. 비척거리며 걸어오는 김혜자 클로즈업. 황망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슬금슬금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춤을 추는 듯 보이나, 괴로움에 일그러진 얼굴과 고통스러운 눈빛은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절망감을 쥐어짜낸 듯하다. 24시간 모든 신경이 아들에게 향한 엄마의 무대포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이는 그녀 주위에 아무도 없다. 게다가 지방 소읍에서 사는 이웃사촌이기에 에이. 다 알면서 왜그래. 그냥 네가 한거 맞지?식으로 모든 일은 진행된다. 자기손가락이 잘려나가도 아들 다친 것밖에 안보이는 엄마는 유치장에 들어간 아들이 콩밥도 입에 맞고 지낼 만하다며 웃고 있는데 환장할 지경이다. 아들의 결백을 믿는 이는 오로지 엄마뿐이다. 엄마가 직접 범인을 잡아야 한다. 엄마는 비장해질 수 밖에 없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에 감탄하다.
전혀 실마리를 보여주지 않다가 빠방! 터져버린 진실앞에 관객들은 일순 멍해진다. 그것은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진실앞에 표정을 숨기기 어렵다. 그래서 계속 통곡한다. 그런 그녀를 탓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Closing.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때 침 한방이면 낫는 지점이 있다. 허벅지 세마디 위, 긴 침을 꽂아넣고 엄마는 관광버스 통로를 누비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눈부신 햇빛과 그녀가 춤추는 그림자가 어지럽게 섞여 나간다.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인트로와 클로징. 김혜자의 연기 50%, 봉준호의 지나치리만큼 꼼꼼한 연출력 50%. 잘 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영화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