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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뮤지컬 젊음의 행진

by iamlitmus 2011. 5. 22.


영화를 보는 횟수에 비하면, 공연은 그리 자주 접하는 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본 공연이 임태경이 출연했던 햄릿이었나 싶은데, 티켓가격도 만만치 않고, 요즘 유행하는 소셜쇼핑에서 파는 반값티켓공연들의 수준들은 그냥저냥하고, 왠만한 좌석 아니면 배우들의 얼굴이 손톱만하게 보이는 터라 그냥  화면 큰 영화관을 찾게 된다.

또한, 쉽게 감동을 받지 않는 시니컬한 성격탓에 배우들의 열연에 열나게 박수를 치거나, 일어나서 춤을 추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내 주위에서 그러는 것도 꼴보기 싫기 때문에 가능하면 안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터에 VIP티켓이 생겼다며 같이 가자는 후배의 애원에 못이겨 어제 코엑스에 다녀왔다.

90학번인 내가 중,고등학교때 TV에서 봤었던 가수들(룰라, 이상우, 심신, 유영석, 박미경, 김건모 등)의 노래가 쉴 틈없이 쏟아져나오고, 그 줄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영심이와 경태의 러브라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배우들은 노래와 춤을 잘 해냈고, 연습한 티가 났으며, 무대도, 조명도 촌스럽지 않고, 구성도 좋았다. 그런데. 뭐지. 이 불편한 느낌은.

우선, 개인적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추억의 7080 류의 프로나 음반 등을 찾아서 듣지 않고, 편지나 생일카드, 사진 등도 모아놓지 않는 인간이다보니, 이렇듯 추억을 팔면서 '우리 이때 좋았잖아요. 이런 것도 했었고, 저런 것도 아름다웠죠.'식의 상황을 연출하는 의도가 싫다. (하긴, 알면서도 보러간 내가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소방호스 물 쏘듯 첨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공연이다보니, 정작 스토리는 뒷전이고, 전국노래자랑 보러온 기분이 든다. 백 개 쏴서 열 개 맞으면 성공이라는 개념으로 만든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어깨를 움찔거리던 K에게 '일어나서 춤추면 죽을 줄 알아'라고 협박한 것 미안하게 생각한다.
(but, 내게 인생을 너무 비관적으로 산다고 했던 너의 말.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네 인생도 쿨한 회색빛으로 물들여주겠다.는 의욕적인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