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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발견

미스터 후회남 - 둥시

by iamlitmus 2009. 8. 8.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던 중국은 자본가는 비판받고, 노동자계급이 득세하는 시대였다. 주인공 쩡광센은 자본가의 후손이지만 할아버지가 전재산을 정부에 헌납한 댓가로 받은 창고에서 하인이었던 일가들과 함께 살아간다. 우연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 그가 그 사실을 발설하게 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후회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온갖 비판대회에 끌려다니며 모진 고문과 모욕을 당한 그의 아버지는 그와 인연을 끊게 되고, 어머니마저 직장상사로부터 농락당하는 장면을 그에게 들키게 됨으로써 호랑이 우리에 몸을 던지게 만든다. 친구에게 잘못된 정보를 말해주어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고, 여자 하나 잘못만나 강간범으로 몰려 10년동안 옥살이를 치루게 된다. 감옥에서도 그의 후회할 짓은 계속된다. 감방동료의 탈옥사실을 발설해서 똥무더기를 뒤집어 쓰는 등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출소 후 자신을 10년동안 기다려준 여자를 버리고, 감옥을 가게 만든 여자와 결혼하지만, 그녀는 대놓고 부정을 저지르고, 결국, 사기결혼까지 당한다.

그는 항상 주저하다 일을 그르치고, 뒤늦게 되돌려 보려 하지만,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주변인들 모두 그가 입을 함부로 놀린 댓가로 곤욕을 당하지만, 정작 가장 괴로운 것은 쩡광센 자신이다. 평생을 후회만 하면서 살았고, 남에게 손가락질만 당하면서 산 것도 억울한데, 나이 50이 되도록 여자랑 한번도 잠자리를 해본 적이 없다. 시대는 바뀌어 1990년대가 되었고, 다시 자본가의 시대가 도래한다. 자신의 반평생을 회고하는 주인공의 고백에는 후회보다는 헛헛한 웃음기마저 맴돈다.

위화의 작품들이 무겁고 불편한 시대적 진실을 말한다면, 이 책은 훨씬 더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읽을 만 하다. 그러나, 결코 허술하거나 얕음이 아닌, 우리 자신조차도 하루에도 몇 번씩 저지르고 마는 실수에 대한 위로주같다고나 할까. 이런 사람도 있으니,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기적인 안도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