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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베트남캄보디아

베트남 달랏 - 나짱으로 이동하다.

by iamlitmus 2012. 3. 30.

일정을 하루 앞당겨 떠나려니 자리가 없다한다. 하는 수없이 오후 한시에 떠나기로 하고 30분전에 도착하니, 폐차 직전의 침대버스다. 걸레로도 안쓸 담요와 배게등이 굴러다니는데, 덮기는 커녕 발에 닿는 것도 끔찍하다.

모든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니, 에어컨도 기대하기는 틀린 것 같고, 제 시간에나 도착했으면 하는 염원을 갖는다. 창가에 앉았다가 어제 화상 입은 손이 신경쓰여 가운데 자리로 옮겼다. 다리를 뻗고 싶은데 쓰레기통때문에 불가능하다.

달랏을 벗어나 구불구불 산길로 들어섰다. 설악산같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나무가 많다. 산을 개간해서 빽빽히 뭔가가 심어져 있다. 확실히 캄보디아보다 살림이 나아보인다. 운전사가 차문을 열고 달리길래 바람 들어오게 하려나 싶었는데, 담배를 피운다. 뭐 저런 놈이 있나. 속도도 너무 느리다. 베트남에서는 60킬로 제한이 있다고 하는데, 거의 10킬로 수준이다. 회전목마도 아니고, 지금 우리가 산골유람하는게냐.

버스에 문제가 있었던지, 산등성이에서 차를 멈춘다. 공구박스와 더러운 천쪼가리를 꺼내더니, 이내 차 밑으로 들어간다. 베트남에서 버스운전하려면 수리도 할 줄 알아야겠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버스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편다. 한 여행자는 차가 퍼져 14시간이나 걸린 적도 있다한다. 여자들은 움푹 파인 도랑에 들어가 볼일을 본다. 아무도 운전사에게 이유를 물어보지 않는다. 운전사가 영어를 할 것 같지도 않고, 괜히 성질 건드려봐야 좋을 것 없을 것 같아 꾹 참고 차에 오른다. 차를 고친 것인지 아닌지 이전과 속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자버리자. 그게 맘이 편하다.

차가 식당에 멈췄다. 여자아이가 차에 올라 40분간 쉰다 한다. 메뉴를 보니 엄청나게 비싸다. 베트남 호텔 식당 가격이다. 러시아 커플들이 신나게 주문하니 커다란 선풍기 얼굴이 그들에게 고정된다. 가장 저렴한 냉커피를 시켰다.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닭, 오리, 개들만 보인다. 베트남 병아리들은 스키니하구나.

6시간만에 도착한 나짱의 뒷골목 호텔. 운전사와 어떤 커넥션이 있는지 모르지만, 호텔 주인이 나와 묵으라고 한다. 러시아커플들은 속도 좋게 여기서 묵겠다고 들어간다. 내가 가야 하는 곳을 물으니 걸어서 10분 거리라는데, 짐이 무거우니 만사가 귀찮아 오토바이를 불러 달라고 했다. 타고 가면서 보니,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가는 거리였다. 넌 축지법을 쓰는게냐.


화람호텔. 내 짐에서 물과 쥬스, 토마토를 훔쳐갔다. 딸기젤리와 라면도 줬는데. 은혜를 이딴식으로 갚다니. 썅년.

신카페에 도착해서 호이안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미리 적어둔 호텔을 찾는다. 달라붙는 삐끼들에게 물어보니, 너무 먼 거리니 오토바이에 타란다. 그렇다면, 가까운 거리구나. 아니나다를까, 횡단보도 건너자마자 있다.
발코니 있는 방은 15불이다. 방을 보러 가면서, 내가 적어온 것에는 12불이라고 하더니, 넌 왜 더 비싸? 물으니, 친구가 소개시켜준거냐. 그러면 그 가격에 준단다. 아싸. 6불 세이브. 방은 드라이기 없는 것만 빼놓고 적당하다.

근처 슈퍼에 들러 맥주와 사과쥬스를 사는데, 휴양지라 그런지 꽤 비싸다. 동네 한바퀴를 돌고, 이탈리안 음식점 입구에서 메뉴를 보는데, 헉! 대부분 7-8천원이다. 보통 비싸도 3-4천원 정도 하고, 호텔 조식 부페도 5천원 미만인데, 너무 한다.
결국, 길거리 반미를 800원에 사들고 들어와 맥주와 함께 먹었다. 투명한 콜라겐같은 고기는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 결국 오이와 토마토만 남긴 채 다 골라내버린다. 혼자 여행하니, 레스토랑에 들어가 거하게 먹기는 좀 그렇다. 그래서인지, 여행하면서 살이 점점 빠져서 바지를 접어 입고 있다. 몸이 찌부둥하다. 체력을 위해 내일은 좋은거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