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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베트남캄보디아

베트남 호이안에 도착하다

by iamlitmus 2012. 3. 30.

밤 12시가 넘어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아침 6시에 호이안에 도착했다. (달랏에서 탔던 침대버스 기사에 비하면, 오로지 운전만 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분명 잠을 잤는데도 밤을 샌 것처럼 온몸이 찌부둥하고 멍하다. (결국, 차내 화장실을 이용했다. 비행기 화장실과 유사한 구조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삐끼가 달라붙는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데, 자꾸만 오토바이에 타라고 한다. 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는동안에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네 호텔에 안갈거라고 해도, 무시하고 무작정 걸어가는데도, 계속 따라온다. 따라오지말라고해도, 알아듣는 척하며 계속 쳐다보고 있다. 직업에 대한 집념은 인정하겠는데, 짜증이 일어난다.

지난밤, 버스에서 가방을 열어보고 뭔가 없어진 것을 깨달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부엌에 큰가방과 작은 배낭을 맡겨두었는데, 물과 사과쥬스, 토마토 씻어놓은 봉지가 없다. 아이패드, 카메라 등 돈이 될만한 것은 갖고 다니고, 선물등은 짐을 쌀때 곳곳에 숨겨 놓았기에 몽땅 풀지 않는한 가져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도 아니고, 그래도 7층짜리 호텔인데, 물따위나 훔쳐가다니, 어이가 없다. (다 합쳐서 천원도 안된다.) 나올때 고맙다고, 컵라면도 줬는데, 어쩐지 받을 때 표정이 이상하더라니. 호치민 호텔에 이어 2번째로 기분 잡친다.


얼음 달라하니, 진짜 한 덩어리 넣어줬다. 천원.

숨도 고를 겸 카페에 들어갔다. 날씨가 더워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것은 알겠는데, 무슨 초등학교 애가 새벽 6시에 등교하냐. 확실히 나짱보다 물가는 싼 것 같은데, 영어는 안통한다. (뭐야. 이 엔까 노래는. 설마 내가 일본인인줄 알고 틀어주는건 아니겠지?)
아이스커피를 시키니, 얼음 한 덩어리 넣어서 나온다. 진짜 베트남와서 웃을 일이 많다. 이래놓고 300원 더 받는건가.

오전 7:30. 한국에서는 이른 아침에는 학원을 가거나, 운동을 하는데, 이곳에서는 죄다 카페에 모여앉아 수다떨고 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 아줌마 포즈는 나밖에 없다.) 다큐를 보면 각자 새장을 들고 와, 새소리를 들으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이 베트남인들의 취미라는데, 참으로 여유롭고 느긋한 국민성이다. 베트남에서는 노숙자를 본 적이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심지는 경찰단속을 한다.) 몇 번 거지는 만난 적이 있었지만, 아주 노인이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였다. (사실, 낮에는 더워서 있을만한 곳도 없다.)

가이드북에 있는 호텔에 가니 방이 없다고 한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34불이라니. 그 옆 호텔은 54불이나 한다. 난 수영장 따위는 필요없는데.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세워 신카페 근처 호텔로 가자하니 2불 부른다. 고작 500미터 걸어왔는데, 무슨 소리냐. 500원 부르니 도리질친다. 싫으면 말고. 돌아서니, 바로 잡는다. 분명 안다고 해놓고서는 동네를 빙빙돈다.
너 모르지? 근데, 아는 척 한거지? 그는 아무말안하고 계속 동네한바퀴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으니 힘들 것 없어 그냥 놔뒀더니 한참만에야 도착했다.

베란다 있는 방을 12불에 묵기로 했다. 직원은 다낭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영어를 좀 한다. 방을 보여주는데, 아직 고객 짐이 있는 방이다. 이렇게 막 열어도 되는거야? 이따가 체크아웃할거야. 그때 방 옮겨.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기다리는 동안 그녀와 함께 아이패드로 사진도 보고, 가수들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패드가 얼마냐고 묻길래 알려주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방콕과 캄보디아에 가보고 싶다는데, 베트남이 제일 싸다고 말해주니 실망한다. 썩소를 날리는 주인집 아기에게 사탕도 주고, 이젠 필요없게된 항공담요를 주니 굉장히 좋아한다.


주인집 가족들. 뽀로로 보여주며 밥 먹이는 중. 뭘 저렇게 억지로 먹이나. 고프면 저절로 입을 벌릴텐데.

피로가 점점 밀려온다. 무작정 기다리기도 뭐하고,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가도 싶어 일단 숙소를 나왔다. 잠도 설친데다 먹은 것도 없어 다시 카페에 들어왔다. 입맛이 없어 또 커피를 시킨다. (650원) 숙소에서 뜨거운 물을 준다했으니 컵라면을 먹어도 되겠지.
아..엎어져서 자고싶다. 온몸이 끈끈이라도 된 듯 끈적거린다. 거지도 이런 거지가 없다. 지도를 보니 몇 번 왔다갔다하면 될 정도로 작은 구역이다. 1불이면 하루종일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남부지역보다는 덜덥긴한데, 그래도 한낮이라 땡볕에 걸으면 어질하다.

나짱에서 사온 케밥은 결국 버렸다. 저녁 겸 아침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밤새 이리저리 굴러다니느라 잔뜩 뭉개졌다. 호치민에서 샀던 반미도 그짝이었는데, 다음부터는 절대 미리 사지 말아야겠다.

바가지로 유명한 캄보디아, 살벌하기로 유명한 호치민, 휴양지 고물가로 악명높은 나짱까지 거쳐 호이안에 도착하고 보니, 여긴 그냥 시골같고 사람들도 더 순해보인다.
여행을 하다보면 나이든 서양인들이 많은데, 저러다 일사병에 죽지 싶다. 20대 배낭여행자들은 모두들 산만한 배낭을 메고 다니며, 1박에 5-6불짜리 방에서 묵는다. 보통 2-3달 여행을 한다는데, 싸우면 어떻하지.
연인도 꽤 많은데, 장기간 여행을 하다보면, 서로에 대해서 좀 더 알수 있게 되어 결혼을 해도 잘살지 않을까 싶다. 한 가족이 나란히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것을 봐도 부럽다.

조카들이 캄보디아와 베트남 여행을 해봤으면 좋겠다. 부모와 함께 고급리조트에 묵는 여행이 아니라 진짜 힘든 여행을 해봐야 현실에 고마움을 느낄 것 같다.

방에 들어왔다. 창문도 크고 발코니도 있어서 좋긴한데, 냉장고가 없다. 그리고 샤워기 수압이 너무 약하다. 벽에 이마대고 샤워하게 생겼다. 3층이어서 그런지 와이파이도 잘 안잡힌다. 다른 호텔을 알아봐야하나. 일단, 뜨거운 물을 얻어 컵라면을 먹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살 것 같다.
이제 씻고 한숨 잔 다음 저녁마실을 가자.

밖에서 마작하는 소리때문에 잠이 깬다. 하루종일 하더니 6시가 되니까 딱 접는다. 저녁이 되니 가을날씨마냥 선선하다. 인사동 거리처럼 고풍스러운 골목을 걸어 다닌다. 한적하고 여유롭다. 호이한은 맞춤 신발과 맞춤 옷으로 유명하다. 하루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디자인을 그려주거나 샘플 사진을 가져가도 좋다. 디자인을 고르고 샘플 가죽을 고른 뒤 발 치수를 잰다. 세무가죽 2컬레와 가죽샌들을 45불에 맞췄다. (55불에서 깍았는데, 사실 재질이 좋아서 한국에서 사면 한컬레 값이었다.) 다른 곳에서 또 하나 17불. 숙박비보다 비싼 신발을 턱턱 사는구나. (가게 언니가 아이폰 얼마냐고 묻길래 800불 정도 한다고 하니 예상했다는 듯 끄덕끄덕. 케이스는 받은거라 모르겠고 한 1-2만원 할거라고 하자 깜짝 놀랜다.)


인사동처럼 간판이나 조명밝기등이 일괄적이다. 호텔과 레스토랑도 비슷한 분위기. 밤에 강가에서 보면 예쁘다.
아주 닳고 닳은 상점 직원들. 우기기 대장들이다.
호이안 구시가지의 절반이 신발가게다. 좀 더 돌아다녀보고 구입했으면 좋았을껄.

기다리는 동안 외국인아이에게 짝퉁 나이키 신발을 파는데, 눈치없게 너무 큰데? 하니, 금방 크니까 괜찮다고 바로 대꾸한다. 그러면서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한다. 오케이. 알았어.
아이 부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이즈때문에 안사겠다고 하더니, 주인이 원가에 준다고 하자 그냥 산다. 2만원. 싼 가격은 아닌데, 서양 물가치고는 저렴한 편이기는 하다.


아..정말 맛없어. 입에 안맞는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기대에 못미치는 음식. 맥주포함해서 5천원 정도. 낮잠을 잤으니 큰일이다. 한시간 정도 돌아다니니 더이상 볼 것이 없다. 혼자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는 것도 별로다. 다른 호텔을 알아보니, 창문없는 방이 20불, 괜찮다 싶은 것은 30불이다. 신발사느라 돈이 없으니, 어쩌겠어. 닥치고 버텨야지. 그래도, 객실에 들어왔을때 좀 덥다. 또다시 찔찔거리는 샤워 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온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나말고 생명체의 느낌이 든다. 눈을 들어 형광등을 쳐다본 순간, 으악!!!! 수백마리의 모기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바닥에는 생전 처음 보는 곤충이 배를 뒤집고 버둥대고 있다. 슬리퍼를 더럽히기 싫어 휴지를 덮은 뒤 밟았는데도 꿈틀댄다. 카운터로 내려가니, 깜깜하다. 살충제 비슷한 것도 안보인다. 시간은 12시가 지나 주인댁도 자고 있었지만 어쩔수없이 방문을 두들겼다.

주인아들이 트렁크만 입고 나온다. 손짓발짓으로 스프레이를 달라 했지만, 모른다는 표정이다. 하는 수없이 그 차림으로 방에 데려가 살벌한 모기군대를 보여주자 그도 깜짝 놀란다. 발코니 문을 열어놔서 그런다는데, 그럼 더워서 어떻게 자라는건가. 어쨌든 살충제를 가져와 무지개가 생길 정도로 뿌려대니, 금새 바닥을 덮는다. 다시 생각해도 베트남 살충제는 짱이다.
하루만 버티자. 내일이면 신발들이 내 손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침 일찍 훼로 뜨는거다.